후반전만 보게 되었는데 전주 KCC는 자신들의 장점을 도무지 이용할 줄을 몰랐다. 전주 KCC 팬인 토오루님이 만약 이 경기 보셨다면 답답함에 땅을 치셨을듯하다.


KBL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내가 처음 색시와 함께 갔던 지난 시즌 서울 SK와 대구 오리온스의 경기에서도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빠진 대구 오리온스는 안드로메다를 한 5000번은 왕복하고 왔다. 도무지 프로팀끼리의 경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가 나왔었다. KBL 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KT&G는 외국인 선수 워너가 부상으로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KT&G는 백투백 경기. KT&G는 원래 높이가 높지 않은 팀이다. 스피드로 승부를 보는 팀. 이런 팀에서 높이를 맞춰주는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빠졌고 상대는 KBL 최고의 높이를 갖춘 KCC. 승부예상하기 참 쉬워 보인 경기였다


하지만 경기는 영 딴판으로 흘렀다. MBC-ESPN의 석주일 해설 위원은 KT&G에 외국인 선수가 한 명 없으니 1쿼터에 10점차 이내로 버티면 2,3쿼터에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게 말이 쉽지,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였는데 KT&G가 보여줬다. 전반을 31-31로 마친 KT&G는 3쿼터를 30-11로 마치면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3쿼터를 이끈 것은 3쿼터에만 18득점을 몰아친 마퀸 챈들러였지만 챈들러의 활약을 뒷받침한 3쿼터 KT&G의 수비가 정말 볼만했다. 김일두와 김태완 두명의 토종 빅맨이 하승진과 서장훈을 상대로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서 골밑을 사수했고,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양희종이었다.  양희종은 KCC의 외국인선수(미첼이었나, 브랜드였나 기억은 잘 안나는데)를 상대로 멋진 수비를 보여줬다. 대학때 양희종이 센터 수비를 잘했다는 말을 블로그 이웃분들한테 들었었는데 실제로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힘에서도 그렇게 밀리지 않으며 좋은 디나이 수비를 해줬고, 앤트리 패스의 타이밍을 읽어 스틸을 해내는 능력도 발군이었다.


여기에 KT&G 팀 수비가 뒷받침을 잘해줬다. KCC 빅맨들이 골밑에서 볼을 받고 방향을 바꾸는 방향으로 더블팀을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가 턴오버를 유발했다. KCC 가드진들은 앤트리 패스도 엉망이고 KT&G의 수비에 도무지 대처를 못했다. 여기에서 발생된 턴오버는 KT&G의 장점인 속공으로 고스란히 연결되었고 사실상 경기의 승부를 갈랐다.


외국인 선수가 뛰는 4쿼터에도 KT&G의 경기 운영은 빛을 발했다. 19점차로 4쿼터를 시작한 KT&G는 샷클락 8초 즈음부터 공격을 시작할 정도로 철저한 지공을 펼치면서 높이의 열세를 상쇄했고, 외국인 선수가 한명밖에 뛸 수 없는 4쿼터에도 24-23 대등한 경기를 가져갔다. 이날 리바운드에서도 38-37로 오히려 높이가 낮은 KT&G가 한개 더 잡아냈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에 국내 최장신 하승진까지 더한 전주 KCC는 외국인 선수도 모두 장신 선수들(물론 나중에 교체하긴 했지만)로 뽑으면서 KBL 에서 최고의 높이를 갖췄다. 농구에서 높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시즌 전 이런 KCC를 우승후보로 꼽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전주 KCC는 아직 자신들의 장점인 높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허재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붙어도 할 말 없을 것 같다.


KT&G는 외국인 선수 한 명없이 2연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한명없이 이런 저력이 오래갈지는 의문이다. 거기에 팀의 주전 선수 양희종이 오늘 경기에서 KCC 이중원에게 깔리면서 발목이 돌아가면서 실려나가는 부상을 당했다. 워너도 6주간 아웃이고.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양희종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KT&G는 주말 2연승을 거뒀지만 이상범 감독은 머리 좀 아플듯 싶다.



오랫만에 호기랑 농구장을 찾았다. 토오루님처럼 한 시즌에 20경기씩 보러가진 못해도 나도 농구팬인데, 가끔은 오프도 뛰어줘야지. 그리고 운동경기는 현장에서 라이브로 즐기는 것이 제맛이니까.

서울근처에 살기 때문에 삼성 혹은 SK 경기를 보게되는데 오늘은 서울 삼성과 대구 오리온스의 경기였다. 두팀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팀인데다가 대구에서는 김승현이 서울에서는 강혁이 부상으로 결장해서 김빠지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만나게되는 두팀의 전초전인지라 한편으론 기대도 되었다.

1쿼터는 김병철과 오용준의 3점슛이 호조를 보인 대구의 리드였다. 하지만 2쿼터에 용병선수가 1명이 뛰고 이규섭이 들어오면서 경기는 삼성이 역전. 서장훈-이규섭을 보유한 삼성이 아무래도 2,3쿼터에는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고 경기를 유리하게 끌어갔다. 삼성의 수비도 좋아졌고, 1쿼터 잘들어가던 대구의 외곽슛도 수비에 밀려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다. 결국 전반을 삼성리드.

3쿼터는 다시 대구의 반격이었다. 대구는 3쿼터부터 김병철이 게임을 조율하면서 공격이 안정을 찾았고, 피트 마이클이 살아나면서 3점슛도 다시 가동되었다. 특히 3쿼터 막판에 김병철-정재호-피트 마이클의 3점슛 폭격으로 경기는 역전되었고 점수차도 10점차 이상으로 확 벌어졌다. 3쿼터에 삼성은 지역방어를 썼는데 3점슛을 계속 얻어 맞으면서도 수비를 바꾸지않아 아쉬움을 줬다.

4쿼터는 3쿼터의 연장. 피트 마이클과 김병철의 득점은 계속되었고 삼성은 이렇다할 반격을 못하고 경기를 내줬다. 경기가 4쿼터에 일방적으로 흘러버려서 간만에 이은호 선수의 경기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단 플레이오프 전초전에서 대구가 기선제압에 성공한 셈이네.



경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좀 뽑아보면

1. 최근에 슛감이 좋은 정재호는 그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김병철도 마찬가지. 특히 김병철은 후반에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맞아 팀의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만큼은 김병철의 리딩은 김승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2. 주태수. 공격에서는 무한 스크린. 수비에서는 자동문. 2,3쿼터에 출전하여 서장훈과 매치업이 된 주태수는 경기내내 서장훈에게 발리기만 했다. 하지만 3쿼터 후반에 보여준 투지는 높이 살만했다. 4반칙임에도 불구하고 골밑에서 적극적인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서장훈을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모습을 경기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3. 이날 서장훈선수 4000리바운드를 달성했다.

4. 서장훈 선수가 자유투를 던질때 무슨 야유가 그렇게 큰지. 원정팀인 대구 응원단뿐만 아니라 서울 삼성 응원단도 야유를 보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응원(?)소리가 이 야유였을 것이다. 자유투를 성공시키고 백코트하는 서장훈 선수. 참 쓸쓸해보였다. 서장훈 선수 좀 챙깁시다. 조마간 9000득점도 달성할 것 같던데.

5. 솔직히 이게 서울 삼성의 홈경기인지. 대구 오리온스의 홈경기인지 구분이 안갔다. 대구 오리온스의 원정응원단이 경기내내 서울 삼성 응원단을 압도했다. 서울 삼성 응원단장 아저씨의 독려에도 별 호응이 없는 삼성 응원단 안습. 그나마 단체관람 온 군인아저씨들이 군대식 응원을 보여줘서 그나마 밸런스를 맞춰줬다. 그리고 응원상품으로 나오는 피자, 음료수, 빵등등 모두 군인아저씨들이 거의 다 가져갔다. 군바리들에게는 못당한다.

6. 프로게임단 삼성전자 칸 선수들이 단체 관람을 왔었다. 은가이를 비롯해서 저그리, 뱅구, 버벨, T.T 등등. 반대편 스탠드에 있었는데 멀리서나마 은가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옆에 있었으면 사인한장 부탁했을텐데. 사인 밑에다가는 "은가이 개지롤로 떨죠" 라고 써주세요. 암튼 은가이를 비롯한 삼성칸 선수들은 농구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듯 그냥 있다가 치어리더들의 응원타임이 되면 아주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면서 지켜봤다. 이거 사진으로 찍었으면 나름 소스일텐데. 아깝다. 피자도 한판 얻어먹고.

하프타임에 농구팬들과 삼성전자 칸 선수들이 같이 하는 게임을 했는데. 버벨,뱅구,저그리가 나왔다. 종이상자를 이고 반환점을 도는 게임이었는데 첫번째 주자 버벨이 늦게 들어오고 뱅구가 버벅대는 바람에 칸 선수들은 2등을 했다. 버벨은 왜 이렇게 호빗이지? 뱅구랑 저그리가 너무 커서 그런가. 하프타임 끝나고 버벨,뱅구,저그리가 사인볼을 던져줬는데 2층까지는 날라오지 않아서 안습. 애들이 마우스질만해서 그런가 팔힘이 영 시원치 않았다.

7. 이번에도 사진을 못 찍었다. 사실 사진찍으면서는 경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기도 하고 사진찍는 기술이 이뭐병이기 때문에 퀄리티도 높지 않은 편이데. 오늘 같은 날은 은가이도 찍을겸 찍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부모님께서 여행가시면서 우리집 카메라를 가져가시는 바람에 이날은 아예 사진을 못찍었다. 난 토오루님과는 달리 치어리더를 향해서도 과감히 셔터를 누를수 있는데.

8. 잠실 야구장 앞에 분식집에서 파는 짬뽕 맛없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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