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호기랑 농구장을 찾았다. 토오루님처럼 한 시즌에 20경기씩 보러가진 못해도 나도 농구팬인데, 가끔은 오프도 뛰어줘야지. 그리고 운동경기는 현장에서 라이브로 즐기는 것이 제맛이니까.
서울근처에 살기 때문에 삼성 혹은 SK 경기를 보게되는데 오늘은 서울 삼성과 대구 오리온스의 경기였다. 두팀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팀인데다가 대구에서는 김승현이 서울에서는 강혁이 부상으로 결장해서 김빠지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만나게되는 두팀의 전초전인지라 한편으론 기대도 되었다.
1쿼터는 김병철과 오용준의 3점슛이 호조를 보인 대구의 리드였다. 하지만 2쿼터에 용병선수가 1명이 뛰고 이규섭이 들어오면서 경기는 삼성이 역전. 서장훈-이규섭을 보유한 삼성이 아무래도 2,3쿼터에는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고 경기를 유리하게 끌어갔다. 삼성의 수비도 좋아졌고, 1쿼터 잘들어가던 대구의 외곽슛도 수비에 밀려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다. 결국 전반을 삼성리드.
3쿼터는 다시 대구의 반격이었다. 대구는 3쿼터부터 김병철이 게임을 조율하면서 공격이 안정을 찾았고, 피트 마이클이 살아나면서 3점슛도 다시 가동되었다. 특히 3쿼터 막판에 김병철-정재호-피트 마이클의 3점슛 폭격으로 경기는 역전되었고 점수차도 10점차 이상으로 확 벌어졌다. 3쿼터에 삼성은 지역방어를 썼는데 3점슛을 계속 얻어 맞으면서도 수비를 바꾸지않아 아쉬움을 줬다.
4쿼터는 3쿼터의 연장. 피트 마이클과 김병철의 득점은 계속되었고 삼성은 이렇다할 반격을 못하고 경기를 내줬다. 경기가 4쿼터에 일방적으로 흘러버려서 간만에 이은호 선수의 경기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단 플레이오프 전초전에서 대구가 기선제압에 성공한 셈이네.
경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좀 뽑아보면
1. 최근에 슛감이 좋은 정재호는 그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김병철도 마찬가지. 특히 김병철은 후반에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맞아 팀의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만큼은 김병철의 리딩은 김승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2. 주태수. 공격에서는 무한 스크린. 수비에서는 자동문. 2,3쿼터에 출전하여 서장훈과 매치업이 된 주태수는 경기내내 서장훈에게 발리기만 했다. 하지만 3쿼터 후반에 보여준 투지는 높이 살만했다. 4반칙임에도 불구하고 골밑에서 적극적인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서장훈을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모습을 경기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3. 이날 서장훈선수 4000리바운드를 달성했다.
4. 서장훈 선수가 자유투를 던질때 무슨 야유가 그렇게 큰지. 원정팀인 대구 응원단뿐만 아니라 서울 삼성 응원단도 야유를 보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응원(?)소리가 이 야유였을 것이다. 자유투를 성공시키고 백코트하는 서장훈 선수. 참 쓸쓸해보였다. 서장훈 선수 좀 챙깁시다. 조마간 9000득점도 달성할 것 같던데.
5. 솔직히 이게 서울 삼성의 홈경기인지. 대구 오리온스의 홈경기인지 구분이 안갔다. 대구 오리온스의 원정응원단이 경기내내 서울 삼성 응원단을 압도했다. 서울 삼성 응원단장 아저씨의 독려에도 별 호응이 없는 삼성 응원단 안습. 그나마 단체관람 온 군인아저씨들이 군대식 응원을 보여줘서 그나마 밸런스를 맞춰줬다. 그리고 응원상품으로 나오는 피자, 음료수, 빵등등 모두 군인아저씨들이 거의 다 가져갔다. 군바리들에게는 못당한다.
6. 프로게임단 삼성전자 칸 선수들이 단체 관람을 왔었다. 은가이를 비롯해서 저그리, 뱅구, 버벨, T.T 등등. 반대편 스탠드에 있었는데 멀리서나마 은가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옆에 있었으면 사인한장 부탁했을텐데. 사인 밑에다가는 "은가이 개지롤로 떨죠" 라고 써주세요. 암튼 은가이를 비롯한 삼성칸 선수들은 농구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듯 그냥 있다가 치어리더들의 응원타임이 되면 아주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면서 지켜봤다. 이거 사진으로 찍었으면 나름 소스일텐데. 아깝다. 피자도 한판 얻어먹고.
하프타임에 농구팬들과 삼성전자 칸 선수들이 같이 하는 게임을 했는데. 버벨,뱅구,저그리가 나왔다. 종이상자를 이고 반환점을 도는 게임이었는데 첫번째 주자 버벨이 늦게 들어오고 뱅구가 버벅대는 바람에 칸 선수들은 2등을 했다. 버벨은 왜 이렇게 호빗이지? 뱅구랑 저그리가 너무 커서 그런가. 하프타임 끝나고 버벨,뱅구,저그리가 사인볼을 던져줬는데 2층까지는 날라오지 않아서 안습. 애들이 마우스질만해서 그런가 팔힘이 영 시원치 않았다.
7. 이번에도 사진을 못 찍었다. 사실 사진찍으면서는 경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기도 하고 사진찍는 기술이 이뭐병이기 때문에 퀄리티도 높지 않은 편이데. 오늘 같은 날은 은가이도 찍을겸 찍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부모님께서 여행가시면서 우리집 카메라를 가져가시는 바람에 이날은 아예 사진을 못찍었다. 난 토오루님과는 달리 치어리더를 향해서도 과감히 셔터를 누를수 있는데.
8. 잠실 야구장 앞에 분식집에서 파는 짬뽕 맛없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