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날씨도 쌀쌀해지고 농구시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의 리그들도 정규시즌을 앞두고 이런 저런 토너먼트 대회로 프리 시즌을 치루고 있다. 이번에 토랜트에 올라온 경기는 스페인 리그 ACB의 Super Copa 대회. DKV 유벤투트, TAU 세레미카, FC 바르셀로나, CAI 사라고사 4팀이 참가했다.
대회 결과부터 이야기해보자면, TAU 세레미카가 CAI 사라고사를 접전끝에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TAU의 주전 포인트 가드 파블로 프리지오니는 결승전에서 22득점을 작렬시키면서 대회 MVP를 수상했다. 지난 올림픽을 통해서 좀 노쇠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4쿼터 후반 사라고사가 큰 점수차로 달아나려는 타이밍에 추격의 불씨를 살리는 삼점슛 두방은 이날 경기의 하일라이트였다.
CAI 사라고사는 지난 시즌 순위에 없는 걸로 봐서 하부리그에서 올라온 팀 같은데 뛰어난 외곽슛과 조직적인 수비, 끈질긴 경기 운영으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세미 파이널에서는 DKV 유벤투트를 꺾었고, 결승에서도 10여점차를 뒤집고 TAU를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가는 저력을 보여줬다.
사실 이 경기를 다운받은 이유는 유벤투트의 리키 루비오 경기를 보려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루비오는 뛰지 않았다. 부상을 당했는지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루디 페르난데즈가 NBA로 떠나고 루비오까지 뛰지 않아서인지 유벤투트는 좀 어수선해보였다. 뭔가 팀 컬러가 모호하다고 해야하나..암튼 그랬다.
TAU에서도 티아고 스플리터가 뛰지 않았다. 부상인지..지난 시즌 이 블로그에서 스플리터는 신나게 까이기만 했는데. 이상하게 스플리터가 삽질한 경기만 보게 되어서. 이번 시즌엔 달라지겠지. 큼. 지난 시즌 ACB 우승팀 TAU는 비록 조란 플라니치가 이적하긴 했지만 여전한 전력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새로 영입한 스탄코 바라치도 듬직해보이고.
지노짱님이 FC 바르셀로나를 칭찬을 하셨는데 이번 시즌에 확실히 주목해봐야할 것 같다. 이제는 터키 국가대표팀의 확실한 에이스인 에르산 일야소바와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의 만남. Super Copa에서 두 선수는 각각 16득점, 18득점으로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주도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CSKA 모스크바의 유로리그 우승의 주역 데이빗 앤더슨의 가세와 발전된 모습을 보인 프란 바스케스 덕분에 골밑도 탄탄해진 모습이다. 비록 이 대회에서 타우에게 패하긴 했지만 올시즌 기대해볼만한 것 같다.
NCAA 출신의 익숙한 선수가 둘 있었는데, 사라고사 소속의 터리언 그린과 TAU 소속의 무스타파 샤쿠어. 플로리다의 NCAA 2연패의 주역중 하나인 터리언 그린, 그리고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였다가 애리조나에서 끝내 피지 못한 무스타파 샤쿠어. 두 선수는 모두 백업 포인트 가드로 출전해 맞대결을 펼쳤다. NCAA 무대가 아닌 유럽무대에서 맞붙는 모습이 이국적이기도 했기 아쉽기도 했고. 팀에서 비중은 터리언 그린이 훨씬 높아 보였다.
KBL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 "핏마교주" 피트 마이클. 이번 시즌에도 TAU 소속으로 뛴다. 주전으로 나오고 있진 못하지만 키 식스맨으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줬다. 특히 4쿼터 막판 적극적인 골밑 공략으로 자유투를 얻어내어 동점을 만드는 등 11득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보기드문 막장 플레이가 나왔는데. TAU와 바르셀로나 경기 4쿼터. 3쿼터까지 66-66 동점으로 끝낸 두팀은 경기 승부가 걸린 4쿼터에 달랑 11점만 합작는 어이없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바르셀로나는 나바로의 스틸에 이은 속공 레이업 두 개로 4득점 한 것이 4쿼터 득점의 전부였고, TAU는 4쿼터 종료 3분까지 무득점이었다. 4쿼터에 갑자기 뭔가 홀린듯 양팀 선수들은 모두 집중력을 잃었다. 오픈 찬스의 슈팅들도 모두 빗나갔고, 계속되는 턴오버로 이렇다할 세트 오펜스도 펼칠 수가 없었다. 3쿼터까지 치열하게 경기를 치룬 팀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살다보니 이런 경기도 보게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