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보리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왔다. 지난 번 올린 포스팅처럼 천고묘비 비만 때문은 아니고, 보리가 저녁부터 뒷다리를 절뚝거렸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상했다. 그렇게 활발하고, 콕이가 귀찮아 할 정도로 따라다니면서 장난을 걸던 보리가 갑자기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하루종일 누워서 뒹굴거리는 게 뭔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까지만 해도 보리는 눈에 띄는 이상한 점은 없었다. 그래서 그저 천고묘비려니 하고 태평하게 고양이의 게으름만 탓하고 있었다.
<병원갔다와서 베란다에 퍼져있는 보리>
그저께 저녁에 보리가 엉거주춤 뒷다리를 굽히질 못하고 불편한 자세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더니 왼쪽 뒷다리를 좀처럼 땅에 대질 못하고 절뚝거리면서 힘들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왼쪽 다리가 불편해서인지, 왼쪽으로 기우뚱하면서 그냥 주저앉아 버렸다. 심지어는 뒷다리에 힘을 못받아서 침대나 책상에도 못올라가서 주저주저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제서야 보리 다리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동물병원에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그날 밤이 꽤 길게 느껴졌다. 혹시 보리가 크게 아픈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서 말이다. 우리한테 처음 왔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던 미야 생각도 나고. 그래서 다음 날 문 열시간에 맞춰서 바로 펫피아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보리녀석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고 씩씩한 모습이었다. 참 강한 녀석이다.
의사선생님이 진찰을 해보더니 보리의 왼쪽 무릎 관절이 튼튼하게 고정이 안되어있다고 했다. 자세한 상태를 알아보기위해서 안정제를 놓고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엑스레이 촬영결과 보리의 왼쪽 무릎은 슬개골 탈구의 일종인데 아직 초기상황이라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슬개골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완전히 틀어졌으면 수술이 필요한데 보리는 진통소염제 처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관절에 공간이 생겨서 염증이 생기면 관절명이 될수도 있는데 보리는 관절염도 없는 상태였고.
고양이의 슬개골 탈구는 흔한 케이스는 아니라 약을 먹이면서 진행상황을 봐야겠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그제서야 좀 마음이 놓였다. 크게 아픈 것은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그렇게 일주일치 약을 처방받아서 집에 돌아왔다.
보리는 병원갔다온 스트레스 때문인지, 병원에서 맞은 안정제 주사때문인지 꽤 오랜시간 퍼져있었지만 이후에는 조금씩 활동량이 많아지는 모습이다. 어제와 오늘 캔에 약을 섞어서 줬는데 보리는 다행이 아주 잘먹었고(콕이는 약 탄 음식은 귀신같이 알고 먹질 않는데.) 오늘보니 다리를 저는 모습도 없어졌다. 이제는 침대 뿐만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위에도 어렵지 않게 올라가고, 다시 콕이를 쫓아다니면서 장난을 걸고 있다.
마음껏 뛰노는 보리를 보니까 이제서야 한시름 놓인다. 이제 일주일간 약만 꾸준히 먹이면 될 것 같다. 캔이 모자라니 오늘은 콕이랑 보리 먹일 캔이나 사러 나갔다 와야겠다. 보리가 건강해져서 두마리가 또 우다다 하면서 장난치기 시작하면 털도 많이 날리고 집청소가 더 빡세지겠지만 그래도 좋다.
이 녀석들 건강하게만 지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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