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에 나는 요리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다. 라면과 계란프라이 정도 할 줄 알고, 호기랑 같이 자취할때도 음식은 호기가 다했고, 나는 설거지 담당이었다. 나중에 혼자 자취하게 되었을때는 다 사먹었고.
결혼하고나서는 색시가 음식만들고 있을때 옆에서 거들면서 이것저것 배우고 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결혼 3년차에 접어들은 지금은 나도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북어국 같은 간단한 국, 찌개 종류는 제법 흉내는 낼 줄 알게 되었다.
어제는 색시의 도움을 받아 멸치볶음을 만들어봤다.
- 멸치는 화곡동 본가에서 받아온 것인데 그동안 냉장고 냉동실에서 얼어 붙어있었다. 거기에 지난 정월 대보름때 먹다 남은 땅콩을 같이 섞기로 했다. 그외의 재료는 식용유랑 물엿, 설탕 조금.
- 프라이 팬에 가열시킨 뒤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멸치를 볶았다. 멸치들은 그동안 냉동고에 있어서 눅눅했었는데 바삭하게 될때까지 아주 약한 불로 볶아줬다. 센불로 하면 멸치가 금방 타버릴 수가 있기때문에 불조절에 신경을 써야했다. 그리고 단 맛을 더하기위해서 설탕을 조금 넣었다.
- 멸치가 어느 정도 익고난 이후에 땅콩 투입. 땅콩은 대보름때 볶은것을 샀기 때문에 따로 볶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땅콩 껍질을 벗기느라고 고생하긴 했다.
- 이어서 물엿. 물엿의 양을 잘 조절해야하는 것이, 지난 번에는 물엿을 너무 많이 넣고 볶아서 멸치가 덩어리째 뭉쳐버렸었다. 그래서 숟가락이나 포크로 깨서 먹어야하는 아픔이 있었지. 이번에는 한 숟가락 정도 넣어봤다.
- 멸치와 땅콩이 물엿과 잘 섞이도록 비벼서 볶아주면 멸치 땅콩 볶음 완성. 잠시 식힌뒤에 글라스락에 담아내면 그럴듯한 밑반찬 하나가 뚝딱 생겨났다. ^^; 그런데 만들어 놓고 보니 밥반찬이 아니라 맥주 안주같네...한 잔 땡기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