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하나.
나는 비천무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먼저 봤다. 영화는 돈주고 본 것이 아까워서 욕이 나올 정도였다. 신현준+김희선 조합의 어색한 발연기. 구성도 어설펐고. 이 영화로 인해 김희선, 신현준은 연기 못하는 배우로 내 머리속에 더욱 강하게 각인 되었다.
그리고 후에 김혜린의 비천무 원작을 읽었다. 그리고 영화 비천무를 또 욕했다. 이런 원작을 가지고 어떻게 그런 영화밖에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비천무 원작 팬들이 영화 개봉 당시에 보고 욕을 많이하며 분개했다더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에피소드 둘.
비천무를 추천해준 것은 당시 여자친구(지금은 나의 색시가 된)였다.
비천무를 추천해줬을때 처음 내게 들었던 생각
"무슨 남자가 기집애처럼 순정만화 따위를...", "영화로 봐도 영 허접이던데 원작이라고 별 것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갓 군대를 제대한 나는 꽤나 마초였었나보다.
그러다 첫 장을 넘기고 설리가 진하를 만나고 헤어지면서 나는 밤을 세야했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색시가 추천해주는 만화책은 군말 없이 봤다. 리니지, 바사라, 바람의 나라 등등등..
에피소드 셋.당시에 나는 호기와 함께 자취를 했다.
내가 읽고 옆에 치워뒀던 비천무를 보고 호기가 한마디 했다.
"순정 만화네. 연애하더니 이런 것도 읽냐?"
그랬던 호기가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비천무 마지막 권을 읽고 있었다.
"밤샜냐?"
"어.."
그렇게 복학생 둘이 밤세워 비천무를 읽었다.
에피소드 넷.
어제 또 밤을 세웠다. 한의원에서는 밤새지 말라고 했는데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또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읽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은 여전했다.
특히 남궁성과 진하의 관계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스타워즈의 "아임 유어 파더" 에 버금가는 전율이 느껴졌다.
에피소드 다섯.비천무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이런저런 문제로 방영을 미뤄지다가 내년 2월에 SBS를 통해 방영이 확정되었다. 즐겨보던 태왕사신기가 끝나고 볼만한 드라마를 찾다가 비천무의 방영소식을 듣고 다음은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하지만 원작을 다시금 읽으니 과연 드라마를 봐야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번 영화 비천무가 준 트라우마다. 설리와 진하 역에 캐스팅된 박지윤과 주진모. 두배우가 선남 선녀임에는 분명하지만 과연 이 두 사람이 설리와 진하의 애끓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드라마 보고나서 욕으로 가득찬 포스팅을 쓰지는 않을지.
2월달에 두고 볼 일이다.
<비천무 애장판 박스셋>
<원작은 6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하드 커버와 편집을 거쳐 4권으로 재발매 되었다.>
<같이 들어있던 책갈피.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자하랑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