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에 기억에 남는 외화가 많이 있었다. 케빈은 12살, 맥가이버, 어에울프, 전격 제트 작전, SOS 해상기동대.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고 방영시간을 기다리면서 봤던 외화는 에이 특공대와 머나먼 정글이었다. 특히 머나먼 정글은 전투장면이 멋있어서 참 좋아했었다. 어렸을때는 그저 미국최고, 베트콩 악당 이렇게 둘로 나눠서 생각했었고, 베트콩 때려잡는 용감한 미군아저씨들 이야기가 재미있기만 했다.
얼마전에 시리즈 전문체널 CNTV에서 머나먼 정글을 다시 해줘서 띄엄띄엄 다시 보게 되었다. 원제목이 Tour Of Duty인 머나먼 정글은 머리가 좀 커서 보니 생각외로 수작인 드라마였다. 일단 베트남전에 대한 접근 방식이 람보가 아니라 플래툰에 가까운 작품으로 베트남전에 대한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면서 상당히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베트남전을 조명하고 있다. 물론 미국쪽 시각을 완전히 버렸다고는 볼 수 없지만.
머나먼 정글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베트남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소재로 전쟁이란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얼마나 잔인하게 인간성을 말살하는지를 보여준다. 군대내에서의 인종차별 문제, 미군에 의해서 자행되었던 양민학살, 스트레스때문에 약물에 중독되는 병사의 문제, 탈영하고 자살하는 병사들. 미군과 공존해야했던 베트남 국민들과의 관계문제등등.
최근 봤던 에피소드에서는 위생병인 닥을 통해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다뤘고,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고엽제문제까지 참으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는 이런 극한상황에 몰려있는 군인들이 이를 극복해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병사들에게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앤더슨 중사와 골드먼 소위를 중심으로 서로에 의지하고 자신의 문제를 고민해가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에서 이 드라마는 단순한 전쟁물이 아니라 강한 휴머니즘 드라마의 특징도 보여주는 것 같다.
미국에서 방영당시에도 꽤나 호평을 받았던 드라마라고 한다. 3시즌 58부작으로 이뤄어져있다고 하고. 미국내에서는 DVD가 출시된 모양인데. 우리나라에는 정식으로 출시될 계획은 없는건지. 만약 나온다면 하나 구입할 의향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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