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지난 트레이드 데드라인때 뉴욕 닉스로 팀을 옮긴 슈퍼스타 트레이시 맥그레디의 복귀전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던 맥그레디는 휴스턴 로켓츠에서 뉴욕 닉스로 유니폼을 갈아 입고 처음 맞는 바로 이 경기에서 선발출전이 예고되어 있었다. 트레이시 맥그레디의 팬들, 그리고 슈퍼스타의 부활을 바라는 많은 NBA 팬들이 이 경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게임의 하일라이트를 장식한 것은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떠오르는 스타 케빈 듀란트였다.
긴박했던 경기 4쿼터로 가보자.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는 103-97 6점차로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트레이시 맥그레디의 자유투. 선더의 7연승 행진이 끝날 가능성이 너무너무 높아 보였다. 하지만 반전의 실마리가 생겼다. 트레이시 맥그레디가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한 것이다.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타임 아웃.
타임 아웃 이후 선더의 제프 그린이 삼점슛을 성공시켰다. 인바운드 패스를 받자마자 던진, 빠른 공격이었다.경기를 동점 혹은 역전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두번의 이상의 공격이 필요했는데, 스캇 브룩스 감독도 그걸 의식한 빠른 공격을 지시했고 제프 그린이 터프샷을 아슬아슬하게 3점슛을 성공시켰다. 103-100. 3점차
선더는 다음 수비에서 닉스의 공격을 미칠듯한 스위치와 로테이션 수비로 막아냈다. 그리고 러셀 웨스트브룩의 빠른 공격에 이은 레이업 성공. 103-102. 1점차 남은 시간은 26초.
선더가 경기 종료 12초를 남기고 파울 작전을 썼다. 자유투를 던지는 선수는 이날 시즌 하이 득점을 쏟아부은 에디 "집사마" 하우스. 하우스는 침착하게 자유투 두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105-102. 다시 3점차 남은 시간은 12.8초.
타임 아웃 이후 하프 라인에서 공격을 시작한 선더. 닉 칼리슨이 탑에서 완벽한 스크린으로 케빈 듀란트의 수비수 다닐로 갈리날리를 저지했다. 그 공간을 놓치지 않고 웨스트브룩의 패스를 받은 케빈 듀란트가 동점 3점슛을 꽂아 넣었다. 듀란트는 동점 슛을 성공시키고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 모인 닉스 팬을 향해 멋지게 인사를 날렸다. 105-105 동점. 남은 시간은 6초.
선더는 마지막 수비에서 갈리날리의 3점슛을 수비해내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분 6점차를 따라잡은 선더의 저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고, 선더가 팀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모여주는 순간이었다.
이런 흐름은 연장에서도 계속 되었다. 연장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4점차로 뒤진 선더. 좀처럼 동점 내지는 역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터진 제프 그린의 삼점슛. 115-116. 1점차.
그리고 다음 수비에서 닉 칼리슨이 윌슨 챈들러를 상대로 자신의 전매특허인 공격자 파울 유도에 성공했다. 닉 칼리슨은 이것 뿐만 아니라 이어진 공격에서 러셀 웨스트브룩의 미스샷을 팁인으로 성공시키며 경기 종료 30초를 남기고 선더에 첫 리드를 안겼다. 117-116.
닉스는 다음 공격에서 또 한번 에디 하우스의 슛으로 재역전에 성공했지만, 케빈 듀란트가 종료 16초를 남기고 윌슨 챈들러를 상대로 드리블 풀업 점퍼를 성공시키면서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닉스 중계진들이 코비 브라이언트를 언급할 정도로 케빈 듀란트의 이 클러치 샷은 대단했다. 그리고 사실상의 경기의 위닝샷이기도 했다. 이후 닉스는 다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기회를 성공시키지 못했고. 케빈 듀란트가 자유투 두개를 성공시키면서 경기는 선더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선더 팬 입장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승리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경기였지만 닉스 팬에게는 다 이긴 경기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클 그런 명승부였다.
케빈 듀란트는 사실 이날 다닐로 갈리날리의 수비에 상당히 고전했었다. 슛셀렉션도 좋지 않았고. 하지만 4쿼터와 연장전에서 14득점을 몰아넣으며 위기에 강한 사나이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36득점을 기록한 듀란트는 연속 25+ 득점 기록도 계속 이어나가게 되었고, 선더도 8연승.
뉴욕 닉스의 홈구장 메디슨 스퀘어 가든은 NBA 농구의 메카, 농구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NBA 선수들은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뛰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한다. 그리고 슈퍼스타들은 빠짐없이 이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놀랄만한 활약을 해왔다.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등. 이제 그 대열에 케빈 듀란트도 한발짝 동참하게 된 것 같아 팬으로 뿌듯하다.
러셀 웨스트브룩은 31득점 9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아깝게 트리플 더블을 놓쳤다. 닉스와의 경기전에 웨스트브룩의 맹활약은 어느정도 예상했었다. 닉스의 수비 특히 가드진의 수비는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이즈가 좋은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예상대로 웨스트브룩은 맹활약.
제프 그린도 오랫만에 16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4쿼터 추격의 불씨를 살린 3점슛과 연장전에서 흐름이 넘어가는 시기에 터졌던 반전의 3점슛은 이날 승리의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개인적으로 선더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선수는 바로 닉 칼리슨. 오늘 중요한 슛을 성공시킨 것은 케빈 듀란트, 제프 그린, 러셀 웨스트브룩이었지만 그 슛을 던질 수 있겠끔 멍석을 깔아준 것은 닉 칼리슨이었다. 4쿼터 막판 제프 그린의 삼점슛과 케빈 듀란트의 3점슛은 모두 닉 칼리슨의 스크린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연장전에서도 윌슨 챈들러에게 공격자 파울을 유도한 것을 비롯하여 중요한 순간에 닉스의 흐름을 끊는 활약을 보여줬다. 칼리슨이 기록한 10득점 8리바운드도 대단하지만 칼리슨의 존재감은 스탯 이상이었다.
뉴욕 닉스 선수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통해서 영입한 트레이시 맥그레디, 에디 하우스, 세르지오 로드리게스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오랫만에 코트로 돌아온 트레이시 맥그레디는 26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부상으로 인해서인지 예전보다는 많이 느려진 모습이었지만, 활약은 여전했다. 점퍼를 이용한 득점 감각도 좋았고, 빈 동료들을 찾아내는 시야나, 찔러주는 패스들도 여전히 좋았다. 특히 이날 알 헤링턴에게 찔러준 아울렛 패스는 경기 하일라이트 감이었다. 오랫만에 코트에 돌아와서 그런지 후반전에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고(4쿼터 막판에 중요한 자유투를 실패한 것도 아마도 체력문제지 않았을까?), 연장전에서는 거의 기용되지 못했지만 티맥의 클래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트레이시 맥그레디의 남은 경기의 활약도 기대된다.
에디 "집사마" 하우스. 만약 선더가 오늘 졌다면 그건 에디 하우스 때문이었을 것이다. 옛 스승 마이크 댄토니의 품으로 돌아온 하우스는 마치 그동안 쭉 닉스 선수였던 것처럼 전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뉴욕에 녹아들었다. 작은 몸집이지만 선수들에게 열심히 스크린을 걸어줬고, 빈 공간을 찾아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기회가 생기면 어김없이 빠른 릴리즈로 슛을 성공시켰다. 뉴욕 닉스의 새로운 에너자이저의 탄생인 것 같다. 이 정도 활약이면 네이트 로빈슨이 그립지 않을 것이다.
세르지오 로드리게스는 확실히 마이크 댄토니 감독 타입의 포인트 가드다. 달리는 농구에 적합하고, 창조적인 플레이에도 능하다. 처음 손발을 맞추는 닉스 선수들과도 호흡을 어느정도 맞추는 것을 보면 확실히 센스는 좋아 보였다. 다만 댄토니 감독 밑에서 사랑 받으려면 슈팅은 필수다. 그리고 오늘 웨스트브룩에게 탈탈 털렸듯이 수비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