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9. 토요일 예스24라이브홀.

현서와 함께 건즈 앤 로지즈 기타리스트 슬래쉬의 내한 공연을 보고 왔다. 

건즈 앤 로지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다. 슬래쉬는 보컬인 엑슬 로즈와 건즈 앤 로지즈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 최근에는 개인 작품들을 꾸준히 내면서 솔로활동도 정열적으로 하고있다. 슬래쉬는 꽤나 자주 내한을 한 편이다. 세어보니 이번이 4번째 내한 공연인 것 같다. 나는 4번을 다 갔네.  2011년 첫 내한 공연을 무경이와 함께 갔던 기억이 난다. 

현서랑 같이 보는 공연이라 이번에는 1층 스탠딩 석이 아닌 2층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여유있게 공연장 도착해서 굿즈샵 둘러보고, 아들이 후디를 맘에 들어해서 하나 질러주고 여유있게 공연장 입장. 

공연 시작과 등장한 슬래쉬는 여전히 멋졌다. 세월의 흔적을 정통으로 맞아서 보컬도 몸상태도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액슬 로즈와는 다르다. ㅋㅋ. 머리에 굴뚝같은 탑 햇, 썬글래스 그리고 깁슨 레스폴. 슬래쉬를 대표하는 스타일. 이걸 보기 위해서 온거지. 간지 폭발!!(슬래쉬는 간지가 80%이니까..)

공연 셋리스트는 가장 최근은 2022년에 발표한 4번째 앨범 수록곡들이 중심이었고, 그동안 발표했던 예전 앨범들 곡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었다. 4번째 앨범의 타이틀 곡인 "The River Is Rising' 이 공연의 문을 열었고, "Too Far Gone", "Whatever Gets You By", "Wicked Stone", "April Fool", "Spirit Love" 등 4번째 앨범들 수록곡이 연주되었다. 특히 4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Fill My World"가 연주될 때는 약간 소름도 돋았다. 

예전 앨범의 수록곡 중에는 "Halo", "Back From Cali", "You're A Lie", "World On Fire"  등이 기억에 남는다. 앵콜에서 불렀던 "Rocket Man"은 색다른 무대여서 의외였다. 그리고 마지막 곡 "Anastasia" . 이곡은 이제 설명이 필요 없지. 

공연 셋리스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제 슬래쉬 공연에서 건즈 앤 로지즈의 곡들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이번 공연에서 건즈 앤 로지즈 곡은 "Don't Damn Me" 딱 한 곡이었다. 보통 앵콜에서 "Nightrain"을 하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빠졌다. 약간  예의상 하나 넣어놓은 느낌? 2011년 첫번째  내한 공연 때만해도 셋리스트의 절반 이상이 건즈 앤 로지즈 곡들이었다.

그 당시가 첫번째 솔로앨범이 나왔을 때니까 자신의 곡만으로는 셋리스트를 채우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4장의 솔로앨범을 발표하면서 본의 곡도 쌓였고, 건즈 앤 로지즈 공연이 아닌 슬래쉬 본인의 솔로 공연인 만큼 건즈 앤 로지즈 곡들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하..내가 건즈 앤 로지즈 빠돌이라..

보컬을 맡은 마일즈 케네디도 여전했다. 슬래쉬의 첫번째 내한공연 때 처음 봤는데, 노래를 너무 잘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건즈 앤 로지즈 넘버들을 맛깔나게 소화하면서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건즈 앤 로지즈 보컬 바꿔야하는거 아니냐?' 하면서 무경이랑 이야기를 했었다. 이후로는 슬래쉬 솔로 작업에 전담 보컬을 맡고 있고 투어도 같이 돌고 있는데 정말 호흡이 잘 맞는다.  "Bent To Fly"나 "Starlight"같은 파워발라드 곡을 할때 감정조절이나 표현은 마일즈 케네디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그동안 슬래쉬 공연에서는 아무래도 관심은 슬래쉬와 마일즈 케네디에게 쏠릴 수 밖에 없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베이시스트 토드 컨도 눈에 띄었다. 베이스 연주는 기본이고, 메인 보컬로 나서서 소화한 곡의 갯수가 많이 늘었다. 의외로 노래를 너무 잘해서 놀랐다.

토드 컨의 보컬은 마일즈 케네디의 보컬과는 다르게 아주 거친 맛이 있어서 공연에 또다른 매력을 불어넣어줬다. 특히 건즈 앤 로지즈 커버 곡인 "Don't Damn Me"와 원곡에서는 모터 헤드의 레미 킬미스터 형님이 불렀던 "Doctor Alibi"를 특유의 거칠고 괄괄한 보컬로 멋지게  소화해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이야~~"하는 감탄이 나왔다.  

예전 1층 스탠딩 존에서 공연을 볼 때는 노는데 정신이 없어서 사운드는 크게 신경을 못썼었다. 그리고 자리에 따라서 사운드 편차도 좀 있는 것 같았고. 하지만 2층에서는 사운드가 귀에 잘들어왔다.  베이스 소리도 묻히지 않았고, 기타 소리도 뭉개지지 않고 잘 들렸다. 연주와 보컬도 균형이 잘맞는 것 같았고. 여러가지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현서랑 공연을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공연에서 참 잘 논다. 공연 오기 전에 셋리스트 노래들 좀 들어보라고 재생목록 만들어줬었는데...글쎄? 몇 번이나 들었을까? 생소한 곡들이 대부분일텐데도 공연장 분위기에 맞춰서 금새 적응하고 노는 걸 보면 그런 건 큰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조금 크면 스탠딩 존에 풀어놔도 될 듯. 

어제(2018.04.14. 토요일) 있었던 아치 에너미(Arch Enemy) 내한 공연을 관람했다. 이번 공연은 아치 에너미가 2017년에 신보 발매 후에 2018년 1/4분기에 진행한 "Will To Power Tour"의 마지막 스케쥴


아치 에너미는 스웨덴 출신으로 멜로딕 데스 메탈 장르의 세계 정상급의 밴드로 우스개 소리로 "업계 No.1 밴드" 로 평가받는 인기 밴드다. 이들의 공연은 강렬하고 화려한 연주와 사악한 보컬, 역동적인 무대 매너와 현란한 조명 , 광분하는 관객들이 어울어진 세계 정상급 베테랑 밴드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지는 멋진 헤비메탈 공연이었다. 



밴드의 목소리인 알리사 화이트-글러즈(Alissa White-Gluz)는 다양한 보컬을 구사한다. 그로울링, 샤우팅, 스크리밍. 최근 앨범 "Will To Power"에서는 클린 보컬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알리사의 대단한 점은 이런 다채로운 보컬을 공연에서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이다. 아니 공연에서는 더 사악하게, 더 파워풀하게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 실력을 남김없이 보여줬다. 쉬지 않고 헤드 뱅을 하면서 무대를 휘젓는 다이나믹한 무대 매너로 관객들의 광란을 이끌어냈다. 




마이클 아못(Michael Amott)과 제프 루미스(Jeff Loomis)의 트윈 기타. 공격적이고 스피드한 연주 속에 서정적인 멜로디를 녹여낸 멋진 기타 연주를 들려줬다. 제프 루미스의 연주는 화려함이 돋보였고, 마이클 아못의 연주는 "삘"을 강조하는 극적인 분위기의 솔로가 인상적이었다. 




공연한 곡을 보면, 현재 보컬인 알리사가 참여한 앨범의 수록곡(2017년 신보 "Will To Power" 수록곡 "The World Is Yours", "The Race", "The Eagle Flies Alone", 2014년 앨범 "War Eternal"수록곡 "Stolen Life", "War Eternal", "You Will No My Name", "Avalanche", "As The Pages Burn"등)과 그 이전 앨범에 수록된 아치 에너미의 곡들("We Will Rise", "My Apocalypes", "Nemesis", "Ravenous", "No God No Master", "Blood On Your Hands")이 적절하게 조합된 셋리스트로 아치 에너미의 명곡들을 빠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살짝 아쉬운 것은 "Silverwing"이 빠졌다는 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은 "Blood On Your Hands". 이 곡은 내가 처음 들었던 아치 에너미의 곡이라 애착이 가는 곡인데, 예상 세트리스트에는 빠져 있었다.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가 전주 부분에 사이렌이 울리고 기타 전주와 함께 알리사의 샤우팅이 터지자 아드레날린 대폭발. 알리사의 보컬로 듣는 "Blood On Your Hands"는 안젤라 고소우(Anglea Gossow)의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하일라이트는 "As The Pages Burn". 밴드의 연주와 관객석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슬램존이 공명하면서 광란의 에너지가 뿜어져나왔다. 





공연을 갈 때마다 걱정되는 것이 사운드. 사운드가 잘 잡히지 않고 뭉개지면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귀가 아파서 고생을 하게된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사운드도 잘 잡혀서 보컬과 각각의 연주가 뚜렸하게 들렸다. 예매를 워낙에 늦게한 탓에 뒤에서 관람했지만 아치 에너미의 공연을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게스트 없이 한시간 반 동안 진행된 아치 에너미의 공연은 화끈하게 달려주는 멋진 공연이었다.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관람한 아치 에너미 공연이었는데, 그때와 비교해보면 밴드가 더 탄탄해진 것 같다. 그래서 더 만족스럽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명불허전. 


마지막으로 멋진 공연을 준비해주신 도프 엔터테인먼트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멋진 공연들 준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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