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시간으로 2008년 마지막 날에 열린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기.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는 접전끝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107-100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2008년을 마무리했다. 비록 시즌 4승째였지만 말이다.
그동안 패한 경기들에서 썬더가 드러냈던 문제점이 많이 보완된 워리어스 전이었다.
리바운드에서 45-35로 앞섰고 고질적인 문제였던 공격리바운드도 9개 밖에 빼앗기지 않았다. 12월 8일 워리어스전에서는 비에드린스에게만 오펜스 리바운드 6개를 헌납했던 썬더였다. 썬더가 범한 15개의 턴오버가 결코 적은 수는 아니었지만 패한 경기에서 보여줬던 4쿼터 결정적인 순간에 어이없는 턴오버를 쏟아내었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흐름을 끊는 역할을 종종 했던 부정확한 자유투도 이날 경기에서는 81.5%(22/27)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썬더의 트렌지션 디펜스가 갑자기 무너지고 워리어스의 아주부키가 3점슛+3점 플레이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점수차는 87-84. 3점차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썬더는 위기를 수비로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투입되어 앞선을 강화한 썬더는 99-91까지 점수차를 벌리면서 추격권에서 벗어났다. 제프 그린은 4쿼터 수비에서 듀란트와 윌콕스의 지역까지 커버하며 활발한 헬프 수비를 펼치면서 썬더 수비를 이끌었다.
공격에서는 케빈 듀란트가 25득점, 제프 그린이 26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포워드진은 듀란트와 그린을 상대로 제대로된 수비를 펼치지 못했다.
그동안 듀란트는 "내츄럴 본 스코어러" , 제프 그린은 "올어라운드 플레이어" 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두 선수의 역할이 바뀐 것처럼 보였다. 듀란트는 돌파와 포스트업을 섞어가면 득점을 하면서도 윌콕스와 2:2 픽앤롤이나 패싱등을 통해서 동료들을 살리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25득점 뿐만 아니라 10개의 리바운드 팀 최다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제프 그린은 공격에서는 득점원으로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벨리넬리, 스테판 잭슨 같이 자신보다 신장이 작거나 브랜던 라이트 처럼 힘에서 밀리는 수비를 상대로는 포스트업으로 득점을 올려줬고, 비에드린스나 로니 튜리아프 같은 빅맨과 매치업이 되면 페이스업 돌파로 득점을 올렸다. 속공 피니셔 역할도 A+, 듀란트와 2:2 플레이도 여러차례 마무리했다.
두 선수는 수비에서도 여러차례 스위치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이건 상대가 골밑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골든스테이트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앞으로 듀란트가 포스트업 수비에서 좀 더 힘을 기르고 노련미를 갖추고 제프 그린이 지금의 수비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간다면 썬더는 프론트 코트에서 좀처럼 미스매치가 나지않는 좋은 수비라인을 갖출 수도 있을 것 같다.
토론토 랩터스와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던 원동력은 바로 베테랑들의 팀플레이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베테랑들의 활약이 빛났는데, 그 선수들은 공교롭게도 내가 무던히도 까댔던 얼 와슨과 크리스윌콕스였다.
크리스 윌콕스는 벤치에서 출전하여 23득점을 기록했다. 23득점보다 눈에 띈 것은 윌콕스가 열심히 수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3개의 블록슛과 4개의 스틸. 윌콕스가 얼마나 열심히 수비를 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거기다가 마지막 벨리넬리의 슛을 블록한 것은 그야말로
"클러치 블록슛" 이었다. 좋은 신체 조건과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블록슛이 0.5개가 안될정도로 윌콕스는 수비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공격에서 더블팀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비때문에 참 무던히도 까였는데 이날은 열심히 수비를 해줬다. 물론 여전히 2:2 수비 부족하고 박스아웃 제대로 않하는 모습이긴 했지만 이정도 적극성은 높이 살만했다. (슬슬 FA 모드?)
얼 와슨은 오랫만에 베테랑 백업가드로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볼을 잡으면 앞만보고 돌진하던 모습에서 탈피하여 템포를 조절하면서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무리한 슛이나 성급한 슛도 없었고.
거슬러 생각해보면 얼 와슨이 처음부터 까였던 것은 아니었다. 시애틀로 트레이드 된 초기에 와슨은 얼"짱" 와슨이라고 불리면서 시애틀 팬들에게 이쁨을 받았던 선수였다. 멤피스에서 불안정한 제이슨 윌리엄스를 대신해서 4쿼터를 노련하게 운영하던 모습을 시애틀에서도 보여줬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기복을 타기 시작하더니(이건 시애틀 시절에 밥힐 감독이 루크 리드나워와 얼 와슨을 어설프게 플래툰으로 잘못 묶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국 이 플래툰은 시너지를 못내고 두 선수 모두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이제는 그저그런 백업가드로 전락했는데 이날은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와슨이 4쿼터에 안정감을 찾으니 4쿼터만 되면 턴오버 머신이 되던 웨스트브룩도 덩달아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웨스트브룩 선즈전에서 6개의 턴오버를 저질렀고 그중 3개가 4쿼터에 나왔었다. 하지만 워리어스전에서 웨스트브룩은 편안한 모습이었고 자신의 장점인 수비와 돌파, 허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리딩도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보였다. 와슨이 이 정도 활약만 꾸준히 보여주면 백업가드 영입할 걱정은 안할것인데.
워리어스 경기를 승리로 이끌면서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는 2008년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했다. 비록 2008년에 4승 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2009년에 대한 기대는 크다.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서 시카고 불스의 어시스턴트 코치였던 론 아담스를 영입했고, 조만간 네나드 크리스티치도 경기에 뛸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변화를 바라긴 어렵겠지만 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더블어 72~73 시즌 필라델피아가 가지고 있는 NBA 역사상 최소승률팀의 멍에를 뒤집어 쓸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 당시 필라델피아는 4승을 거둘 당시 성적은 4승 58패였고, 썬더는 현재 4승 29패다. 썬더가 1승을 거두고 2승을 거두기까지 14패가 필요했고 2승 이후 3승을 거두는데 8패가 필요했다. 그리고 3승 이후 4승을 거둘때까지는 5패. 이런 추세라면 이제 조만간 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2009년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