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c - 마루
01. 이제야 널
02. 사라져
03. 다른 고백
04. 벽
05. 단 한 번의 사랑
06. 그러나
07. 거울
08. 왜
09. Lazy
10. 어느 나른한 일요일 오후
11. 이유(1942)
이 앨범을 샀던 때 기억이 난다.
군대 제대하고 복학해서 얼마지나지 않았을때 였다. 이제 민간인도 되었고 복학도 했으니 여자친구 하나쯤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연애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이 부풀어 있던 때였다. 그리고 마침 같이 자취하던 호기의 여자친구를 통해서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장소는 종로였는데 맘이 들뜬 나머지 너무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한 나는 타워 레코드로 향했다. 당시 종로에는 핫트랙스, 타워 레코드, 뮤직랜드등의 대형 오프라인 음반 매장이 모여 있어서 시간 때우기는 충분했다. 그때 타워 레코드에서 기웃거리가 사게 된 앨범이 바로 이 앨범, 마루 2집과 미스 미스터 3집 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소개팅이었지만 결과는 파토였다. 어색하게 만나서 지루하게 시간 보내다가 애프터도 없이 헤어졌다. 그렇게 연애에 대한 부푼 꿈은 깨지고 남은 건 CD 2장 뿐.
생각해보면 난 이성과의 인연이 참 없는 편이었다. 변변한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그리 지내다가 우연히 지금 색시를 만나 결혼까지 골인했다. 지금도 날 구제해준 색시에게 참 고마워하고 있다.
알럽의 비스게를 보면 태어나서 연애 한 번 못한 이른바 솔로부대들이 진담반 농담반으로 푸념을 늘어놓는 글을 종종 보게되는데, 이야기해주고 싶다. 자신의 인연은 언젠가 나타난다고,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음반 이야기를 좀 해보면 마루는 1998년 정도였나 인디 음악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을때 처음 접했다. 처음 들었던 곡은 인디 음악을 모아놓은 싱글 인디피아에 수록된 "너와 함께 있으면 2" 라는 곡이었는데, 마루는 당시 인디에서 대세를 이뤘던 펑크나 하드 코어 음악이 아닌 하드 락 음악을 들려줬었다.
뭐랄까, 초창기 윤도현 밴드 색깔이 났다고 해야하나, 마루의 음악은 시원한 락 음악에 한국적인 감성을 담아내는 그런 음악이었다. 2집은 힘을 좀 뺀 듯, 기존의 마루의 음악을 이어가면서도 슬로우 템포의 곡들의 비중도 높아지고 좀 더 대중적이고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다른 고백" 이나 "단 한 번의 사랑"은 귀에 착 감기는 락 발라드 곡으로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아하는 곡들이다.
마루는 이 앨범을 끝으로 해체되었는데 찾아보니 밴드의 보컬이었던 오상우와 넌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 라는 밴드를 만들어서 아직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밴드의 음악도 마루의 음악과 비슷할까?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그런데 마루 1집은 CD로 구할 수 없나? 이 앨범도 테입으로 있어서. CD로 좀 구햅려는데 영 없네. 벅스에서 보니 마루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1집 리마스터 해서 재발매 된다는데 향음악도 그렇고, 기타 다른 음악 사이트들에서 소식이 없네. 10월 14일 발매라고 되어있는데. 벅스에 낚인 건가? 1집은 투박하지만 거칠고 열정적인 분위기의 나름데로의 맛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