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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촛불집회

사는 이야기/생활

by 폭주천사 2008. 6. 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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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색시와 함께 처가에 가기로 했다. 정릉에 있는 처가에 들렸다가 4시 30분에 대학로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고 다시 광화문 시청앞 광장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내 교통이 혼잡한 관계로 4시반에 정릉에 도착. 결국 대학로 집회는 포기하고 7시 광화문 시청앞 광장으로 향했다.


7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한 시청앞 광장은 이미 사람들로 꽉차있었고 덕수궁 방면까지 촛불의 행렬은 이어져있었다. 10만 시민이 모였다는 이야기가 사실인듯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문화제가 열리는 무대까지는 너무 멀고, 경찰이 매너없이 닭장차를 주차시켜놔서 도무지 행사에는 집중할 수 없었다. 전교조 집회에 다수 참가한 경력을 자랑하는 색시는 집회가 밋밋하다고 투덜대기 시작.


무대쪽 문화제보다 눈길을 잡아끈 것은 우리 옆에서 쥐약팔던 아저씨였다. 그 아저씨가 확성기를 옆구리에 차고 쥐약 판다고 소리를 지를때마다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줬다. 한쪽에서는 쥐덫도 팔았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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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회에서도 예비역들은 집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동분서주 고생했다. 이밖에 자전거를 타고서 교통통제에 도움을 주셨던 분들도 있었고, 응급의료반 분들도 고생하셨고. 시민들은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는데 이놈의 정부는 아직도 배후가 어쩌고 저쩌고. 한심하다 한심해.>



8시쯤 전화통화를 해서 블록머신님을 비롯한 알럽식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까지 대략 10여명정도. 알럽식구들과 합류할때쯤 행진이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제각기 손에 자신들이 만들어온 플랭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했다. 그중 재미있었던 플랭카드 중에 하나 "이명박=찢어진 콘돔" 쓸모가 없다는 이야기겠지.


"고시철회, 협상무효", "이명박은 물러나라"등등 구호를 외치면서 중앙일보사 앞까지 나갔다. 중앙일보사 앞에서 행진하던 시민들의 일제 야유. 멋졌다. 우리는 "중앙일보 각성하라" 외치면서 중앙일보사를 포위하듯 행진했다. 우리 뒤에서는 "중앙일보 폐간하라" 라는 구호가 뒤따라왔다.


독립문에 도착했다. 경찰들이 닭장차를 주차시켜놓고 저지선을 폈지만 금방 뚫렸다. 닭장차에는 불법주차 스티커들이 붙어있었다. 센스~~. 독립문을 지나 사직터널을 건너 배화여자대학교 앞에서 경찰이 다시 저지선을 폈다. 한동안 이어지는 실갱이. "전경들도 함께해요!!" 를 외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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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경들의 부모님들인 듯했다.사실 집회를 막아서고 있는 전경들이 무슨 잘못이냐? 명청한 윗대가리들 때문에 고생하는 전경들도 안쓰럽긴 마찬가지다.>




한쪽에서는 풍물패들이 신명나는 한마당을 펼치면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해줬다.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풍물놀이는 한국사람의 신명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풍물패들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오랜 행진에 지쳤을텐데도 흥겹게 어울려 한바탕 놀았다.


배화여자대학교 저지선을 뚫고 나온 것이 대략 10시 30분쯤이었다. 안국역 앞에서 경찰들은 다시 저지선을 폈다. 색시와 나는 거기까지 사람들과 행동을 같이했고, 경복궁역에서 알럽식구들과 헤어져서 집으로 향했다. 부디 다치는 사람이 없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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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터널을 지나 배화여자대학교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모습.>



12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 민중의 소리와 오마이 뉴스의 집회중계를 틀었다.


인터넷 창을 띄우니 소름돋을 정도로 분노가 이는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사과탄을 쐈다고 하고(후에 분말 소화기를 쏜 것으로 밝혀졌다), 물대포를 쐈다고 했다. 그래. 분명 독립문을 지날때 살수차가 대기하고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설마 촛불이랑 피켓만 들고있는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쏠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집회중계를 하는 인터넷 창 안에서는 경찰이 시민들에게 또 다시 물대포를 쏘고 있었다.


국민의 목소리에 대한 답이 결국 물대포란 말인가? 시위대에는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도 많았고, 어린 학생들도 있었으며 아기를 데려온 어머니들도 있었다. 나이드신 분들도 많이 계셨고. 이 사람들이 무슨 폭도란 말이가? 물대포라니. 화면에서는 닭장차 위에 올라간 시민에게 물대포가 직격으로 쏘아지는 장면이 잡혔다. 몇 분간 물이 분사되었고 직격으로 맞은 그 시민은 버스위에서 실신한듯했다. 힘없이 축늘어져 버스에서 내려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게 국민을 섬기겠다던 정부냐?


어차피 처음부터 믿지않았지만 이렇게 빨리 본모습을 들어낼 줄은 몰랐다.


이런 찢어진 콘돔 같은..



P.S 블록머신님을 비롯하여 알럽식구들은 어찌되었는지 참 걱정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비스게에 가보니 8시쯤에 블록머신님이 글 남겼던데. 아직도 집회현장에 계신 것 같다. 강제진압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알럽식구들도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도 큰 일 당하지 말아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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