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검진을 받는 날이라 색시와 함께 산부인과에 갔다.
색시는 현재 임신 12주.
임신 12주면, 아기의 크기는 약 8cm 내외이며 무게는 10~20g 정도. 손과 다리의 움직임을 초음파상 확인할 수 있고, 머리와 몸통, 사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12주 정도면 정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태아의 목덜미 두께를 측정하는 검사를 한다. 이 검사를 통해서 목덜미 투명대의 두께를 측정하여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다운증후군 여부를 조기에 예측한다고 한다. 오늘 색시가 이 검사를 받기로 한 날이었다.
이날은 나도 같이 초음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동안 색시가 질초음파 검사를 받았기 때문에 나는 초음파실에 같이 들어가지 못했고, 나중에 산이의 모습을 사진과 병원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을 통해서 봐왔었다. 하지만 이날은 배에 직접 초음파기를 대는 검사였기때문에 나도 같이 들어갈 수 있었다.
초음파를 통해서 처음 본 산이의 모습은 놀라움? 아니 경이로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끼게 했다. 산이는 아빠 얼굴을 보기가 부끄러운듯 엎드려있었다. 하지만 엄마 뱃속에서 뜀뛰기하듯 몸과 손발을 움직이기도 했고 심장도 반짝반짝하면서 뛰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색시가 만든 우리 아이가 직접 눈앞에서 숨쉬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생명의 신비함에 넋을 잃고 모니터만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넋놓고 산이를 보는 동안 선생님은 산이의 목덜미 검사를 비롯하여 이런저런 사항들을 체크해주셨다. 산이의 목둘레는 1.4mm. 보통 목두께가 3mm이상이면 염색체 이상이 의심된다고 했다. 산이는 정상. 12주째의 산이의 신장은 6.14cm. 역시 정상이었다.
얼굴도 보고 싶었는데 산이가 계속 엎드려있는 바람에 뒷모습과 옆모습만 보고 말았다. 친구 이야기로는 아빠 목소리나 엄마 목소리에 반응해서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는데, 태담이 적었던 탓일까? 괜히 자책도 해보게된다. 아쉽지만 얼굴은 다음 기회에 봐야겠네.
태아목덜미 두께 측정 검사가 정상으로 나오자 색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색시도 검사를 앞두고 은근히 걱정했다고 한다. 앞으로 쿼드 검사나 양수검사등 받을 검사가 많을텐데 색시가 검사때마다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지.
태아도 산모도 모두 건강한 상태라서 아주 다행이다. 앞으로도 산이가 엄마 뱃속에서 별탈없이 건강하게 자라길, 그리고 다음번 검사때는 꼭 얼굴을 보여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