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시와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아파트 관리실 앞에서 뭔가 서명을 받고 있었습니다.
내용을 보니,
동네 공터 부지에 지난 달부터 시립 어린이집이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최근까지 공사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립 어린이집 공사 촉구를 위한 주민 서명을 받고 있는 것이었죠. 저와 색시는 바로 서명을 했습니다.
시립 어린이집이 들어선다면 최근에 2세 만들기 노력중인 저희 커플은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기 때문에 서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제가 사는 동네에는 시립 어린이집이 몇 군데 없습니다. 그래서 임신하면 일단 시립 어린이집 예약부터 해야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돌기도 하죠.
시립 어린이집 건립 문제를 접하니 문득 최근 출산율 정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 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출산장려를 위해서 이런저런 방안들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면 정책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이 한명 낳을때마다 얼마씩 보조금을 준다같은 정책들은 그 효과가 근시안적일 수 밖에 없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과 임신,출산 육아를 위한 시스템 정착이 선행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우리나라는 임신에서 출산, 육아까지 여성이 거의 전담을 하고 있죠. 이건 모성애로 어쩌고 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거든요. 임신과 출산은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육아관련해서 여성들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죠. 남성의 육아분담도 필요할테고, 직장에서의 탁아소 운영이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증설같은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그리고 이런 방법들을 전체적으로 묶을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다고 보고요.
단기간에 되는 일은 아닐겁니다. 출산율 1위의 노르웨이도 지금의 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이대로 단기적 처방만 내놓으면서 손놓고 있을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정부에서는 딱히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요. 4대강 정비한다고 쏟아붓는 예산 조금만 이쪽으로 돌려도 예산은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죠.
덧붙이기.
김대중 정부시절에도 낮아지는 출산율 때문에 "동네에 있는 우체통 수만큼 탁아소를 만들겠다"라는 공약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죠. 뭐..항간에는 탁아소 수에 맞춰서 우체통을 없앴다더라 하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농담도 있고 아무튼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