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라멘토 킹스전을 뒤늦게 찾아보고 선수들에 대해서 느낀 점들을 몇 가지 적어본다.
러셀 웨스트브룩 - 14득점 13어시스트 7리바운드 2턴오버
프리시즌 경기에서 평균 7.7어시스트 2.75턴오버를 기록하면서 이제는 제법 포인트 가드 다운 모습을 보여주더니, 정규시즌 첫 경기까지 그 흐름이 이어졌다. 13 어시스트는 웨스트브룩의 커리어 하이.
한시즌만에 이렇게 발전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시즌만해도 웨스트브룩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신의 운동능력을 이용해서 수비를 뚫고 들어가기에만 급급한 선수였다. 시야도 좁았고, 볼핸들링도 불안했고 턴오버도 많았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웨스트브룩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일단 볼핸들링이 많이 좋아졌고 스크린을 이용하는 방법에 익숙해진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을 이용해서 공간을 만들 수 있으니 장기인 돌파도 훨씬 수월했고, 돌파를 하면서도 상체가 일정 각도를 유지하면서 시야가 항상 열려있다. 이러면서 코트비전이 좋아졌고, 다른 선더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까지 더해져서 좋은 패스가 많이 나왔다. 패스에서도 서두르는 모습이 많이 없어졌다. 한박자 죽이면서 수비수의 타이밍을 뺏을 줄도 알고. 전체적으로 지난 시즌의 조급한 모습에서 많이 벗어난 모습이다.
하이 포스트에서 제프 그린이 볼은 잡은 상황에서 볼없는 움직임을 통해 찬스를 잡는 모습이나, 체격적으로 만만한 세르지오 로드리게스가 나왔을때 포트스업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등은 웨스트브룩이 자신의 유리한 신체조건(좋은 운동능력을 이용한 오프볼 움직임이나 포인트 가드 포지션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신장과 힘등등) 을 경기에 제대로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스크린을 받고 공간을 만들어 던지는 슛셀렉션도 깔끔했다.
이날 매치업 상대가 루키인 타이릭 에반스였던 탓도 있지만, 웨스트브룩의 이날 모습은 그동안 웨스트브룩이 포인트 가드로 전환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만한 것이었다.
제프 그린 - 24득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 3블록슛
자신의 장기인 다재다능함을 마음껏 뽑낸 경기였다.
오프 시즌동안 웨이트 룸에서 시간을 보낸 것은 케빈 듀란트 뿐만은 아니라는듯, 제프 그린도 몸이 상당히 좋아졌다. 자신보다 작은 노시오니가 붙었을때는 포스트업으로, 자신보다 신장이 큰 스펜서 하즈나 제이슨 톰슨이 붙었을때는 페이스업으로 공략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여줬다. 노시오니가 계속 포스트업으로 공략을 당하자 킹스가 더블팀을 붙었는데, 이럴때는 정확하게 킥아웃 패스가 나갔다.
5개의 삼점슛 중 4개를 성공시켰는데 모두 패싱게임 상황에서 만들어진 오픈 찬스를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들이었다. 자신의 공격뿐만 아니라 하이 포스트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공격을 지휘하는 모습도 여러번 보여줬다.
수비에서는 오버가딩을 통해 볼투입을 저지하는 수비를 많이 보여줬다. 아무래도 정통 4번이 아닌 제프 그린은 포스트업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그린의 이런 디나이 수비는 괜찮았다. 헬프 수비에서도 부지런한 모습을 보이면서 넓은 범위를 커버했다.
제프 그린은 데뷔할때부터 다재다능함이 특징이었는데 솔직히 지난 두시즌 동안은 이도저도 아닌 랜덤플레이어같은 느낌이 강했다. 패싱같은 경우는 솔직히 좋은 편인지 아리송할때도 있었고. 하지만 개막전에서 제프 그린은 자신의 다재다능함을 드디어 경기에 녹여내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케빈 듀란트 - 25득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 1블록슛
케빈 듀란트는 기대치가 워낙 높아서인지 개막전 모습은 살짝 실망이었다. 오픈 찬스에서 슈팅도 많이 놓쳤고, 무리한 슈팅도 여러번 나왔다. 하지만 이런 실수들이 25득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의 활약을 완전히 덮어버릴 순 없다.
네나드 크리스티치 - 20득점(자유투 8/11) 7리바운드
오오 진정한 환골탈태. 지난 시즌 픽앤팝이나 하던 크리스티치가 무려 11개의 자유투를 얻어내면서 20득점을 기록했다.
크리스티치는 경기 이해도가 좋은 선수다. 흔히 BQ가 좋다고 표현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머리나쁜 아이들은 쳐다도 보지않는 샘 프레스티가 스퍼스 시절부터 크리스티치를 원했던 것이었고, 실제 네츠 시절 경기나 세르비아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면 크리스티치의 영리한 경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선더에 합류했을때는 무릎부상에서 회복한 직후였고, 시즌 중반에 팀에 합류한지라 움직임에 제한이 많았다. 하지만 오프시즌동안 유로바스켓에 참가하면서 몸을 완벽하게 만들었고, 트레이닝캠프부터 팀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크리스티치는 팀에 잘 녹아들어간 모습이다. 웨스트브룩을 비롯한 팀동료들과 손발이 잘맞았고 특히 위크 사이드에서 빈공간을 찾아 움직인다든지, 웨스트브룩에게 스크린을 건 후에 2:2 플레이 움직임들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파워가 부족한 관계로 오픈찬스를 골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파울로 끊기는 모습은 좀 아쉽긴 했다.
타보 세폴로샤 - 8득점 5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
세폴로샤의 오프시즌 과제는 첫째도 슈팅, 둘째도 슈팅, 셋째도 슈팅이었다.
수비는 이미 정평이 나있는 선수고, 커터로서의 움직임도 매우 좋은 선수라서 슈팅만 개선된다면(특히 코너에서의 3점슛) 브루스 보웬의 업그레이드판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오프시즌동안 스위스에 돌아가서 슈팅연습만 죽어라했다고 하더니, 개막전에서 성과가 나타난 모습이다. 삼점슛 2개를 모두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포텐셜을 인정받아 4년 연장계약까지 맺었으니 오늘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다.
벤치 플레이어들
제임스 하든은 5득점 2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무난한 프로 데뷔전을 치뤘다. 다만 수비에서는 좀 더 개선되어야할 부분이 있다.
예상을 깨고 케빈 올리가 백업 포인트 가드로 출전했다. 션 리빙스턴이 아니고. 예전에 올리가 미네소타에서 뛸때 미네소타 팬들이 올리를 슬램덩크 케릭터 "달재"에 비교하고 했는데 싱크가 제법 잘 맞는다. 특별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볼게임과 수비, 오픈 찬스에서 미들슛을 꼬박꼬박 넣어준다.
발목부상으로 프리시즌에 거의 뛰질 못했던 닉 칼리슨. 아직 제 컨디션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선더 골밑의 든든한 버팀목. 박스 스코어에 기록되진 않지만 팀이 필요로하는 것들을 개막전에서도 해줬다.
이탄 토마스는 딱 기대만큼의 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