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결혼하고 세번째 맞은 색시 생일이었습니다.
받고 싶은 생일 선물을 물어봤더니 미역국과 계란말이가 곁들여진 저녁을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흠. 이거 난이도가 꽤 높은 생일 선물입니다. 저희 부부는 가사분담을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주로 청소나 빨래, 설거지 같은 주로 몸으로 떼우는 일을 주로하고, 요리는 색시가 대부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어깨너머로 조금씩 배우고 있는 수준이거든요. 큼큼.
그래도 색시가 바라는 선물이니, 준비해야죠. 이렇게 저의 "색시의 생일 저녁상 차리기 무한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요리법. 요리법은 인터넷 서핑을 하니 차고 넘치게 나오네요. 둘러보다가 미즈넷에 올라온 요리법을 선택했습니다.
먼저 미역국.
쇠고기 미역국도 있고, 홍합 미역국도 있고, 바지락 미역국 종류가 많았습니다만, 집에는 달랑 미역뿐이네요. 그래서 그냥 미역만 들어간 미역국으로 준비했습니다.
먼저 미역을 불렸습니다. 그리고 미역을 불리는 동안 다시마와 멸치로 국물을 냈습니다.
미역을 불린다음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미역을 볶았습니다. 레시피에는 다진 마늘과 함께 볶으라고 되어 있던데, 예전에 색시가 만든 것을 보니, 다진 마늘과 같이 볶은 미역국은 보기에 깔끔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진 마늘은 패스.
대신 통마늘을 얇게 저며서 다시마와 멸치로 우려낸 국물을 부어 끓일때 같이 넣었습니다. 나중에 맛을 보니 별 차이가 없더라고요. 흠흠. 아무튼 이제 적당하게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충분히 끓이고 난 후에 국간장으로 간을 대충 맞췄습니다.
맛은 뭐..미역국 맛이 제법 났습니다. 이렇게 미역국 끝.
"어쨌거나 고생끝에 만든 미역국입니다. 흠흠"
다음은 계란말이입니다.
계란말이도 역시 미즈넷에서 요리법을 참고했습니다.
재료는 일단 계란, 그리고 냉장고의 야채칸을 털었더니 당근, 양파, 파 등등이 있더군요. 냉동실을 뒤적거려보니 언제 넣어놨는지, 기억에서 잊혀져있던 날치알도 나왔습니다. 이걸로 재료 준비는 끝.
일단 후추로 간을 해서 계란을 풀었습니다. 날치알이 들어가면 간간하다고해서 소금간은 뺐습니다. 그리고 당근, 양파, 파를 닥치는데로 잘게 썰어서 계란과 함께 풀었습니다. 양파를 써는데 눈이 장난 아니게 맵더군요. 눈물을 질질짜면서 칼질을 하려니 정말 환장하겠더라고요.
아무튼 우여곡절끝에 재료준비는 완성.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반죽을 부쳤습니다. 빈대떡처럼 넓적하게 부쳐진 계란을 이제 말아야죠. 그런데 이 계란을 마는 것이 꽤 어려웠습니다. 뜨거워서 손으로 집기는 힘들고 뒤집개 두개를 이용해서 뒤집는데 익숙하지가 않아서 쩔쩔맸습니다. 어찌어찌 말기는 말아서 도마위까지 옮겨 놓는데 성공.
"무려 한시간이나 걸려서 만들어낸 계란말이입니다. "
바로 잘라내면 단면이 부서지기 쉬워서 조금 식힌 다음에 썰라고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계란말이를 식히는 동안 상을 차렸습니다. 다행인 것이 얼마전 본가에서 반찬을 잔뜩 공수해 온 관계로 식탁이 제법 풍성하게 차려졌습니다. 미역국 데우고, 계란말이를 썰어서 내놓으니 색시를 위한 생일 저녁상 완성.
"색시를 위한 생일 저녁상 완성"
참 어설프고 모자란 실력으로 만든 저녁상이었는데 색시는 잘했다는 칭찬을 연신 해주면서 맛있게 먹어주네요. 앞으로 계속 요리 맡겨도 되겠다고 하면서 말이죠. 흠흠.
직접 해보니 요리(미역국과 계란말이가 요리축에나 낄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힘드네요. 아직 서툴러서 그런지 시간도 많이 걸리구요. "X-Japan"의 "Blue Blood"를 틀어놓고 계란말이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러닝 타임 한시간이 넘는 CD가 다 돌아갈때 쯤에서야 계란말이를 마쳤습니다. 요리법에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전 그 두배의 시간이 걸렸네요.
그래도 색시가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좋고 보람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요리의 재미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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