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SBS 스포츠 채널에서 중계를 해줘서 운좋게 볼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07~08시즌 여자농구 챔피언 팀들이 홈 & 어웨이로 한 경기씩을 치루는 이벤트 대회로, 한국에서는 신한은행 에스버드, 일본에서는 후지쯔 레드웨이브가 참가했다.

한일 챔피언 팀들의 대결이라고는 하지만 양팀의 실력차는 뚜렸해 보였다. 비록 오프시즌 중이라 팀웍이 완벽하지 않았고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도 많았지만 경기는 시종일관 신한은행의 리드였다.

경기초반 후지쯔의 야노 료코에게 백도어 컷을 자주 허용하면서 경기가 업치락 뒤치락 하긴 했지만, 신장에서 미스매치를 보이던 진미정 대신 터프하고 끈질긴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민(져지에 이름이 바뀌어 있어서 찾아보니 선수진 선수가 2008년 6월에 선수민으로 개명을 했다고 한다.)이 투입되고 신한은행 수비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4쿼터 막판까지 20점차 리드를 지켜나갔다.

후반전엔 후지쯔의 하타 에리카의 맹활약과 4쿼터 신한은행의 벤치 멤버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최종 스코어는 81-79였지만 양팀의 실력차는 점수차 이상이었다.


신한은행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정선민-전주원 콤보였다. 정선민은 올림픽 참가이후 체력적으로 힘들만도 한데,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고루 득점포를 터뜨리면서 신한은행의 공격을 이끌었다. 올림픽을 치루면서 골밑에서의 1:1 해결능력이 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일본 후지쯔팀을 상대로는 여전히 몇 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정선민은 이날 26득점 기록.

15득점에 경기 MVP를 차지한 전주원은 여전한 경기운영능력 뿐만 아니라 매서운 공격력도 보여줬다. 부상이후에 재활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기량을 100% 가깝게 회복한 듯 보였다. 특히 정선민이 벤치로 나가 있을때는 적극적인 돌파와 삼점슛으로 스스로 득점을 만들어내는등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돌파하다 파울을 당해서 코트에 넘어질때마다 또 다치면 어쩌나 가슴이 벌렁벌렁 하기도 했다. 최윤아도 부상인데 전주원까지 부상당하면..후덜덜.. 이날도 전주원이 벤치에 나가 있는 동안은 신한은행의 볼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빡빡해졌다.

정선민-전주원 콤보가 빛을 발했지만, 그 뒤를 받쳐줘야하는 신한은행의 젊은 선수들은 발전이 더딘 것만 같아 답답한 생각도 들었다. 당장 다가오는 시즌에 하은주, 최윤아의 부상 공백을 메워야하고 길게보면 정선민-전주원의 은퇴 뒤에 신한은행을 책임져야할텐데 지금으로서는 그럴만한 선수들이 딱히 보이질 않는다. 비록 가비지 타임 출전이었지만 4쿼터 막판에 후지쯔의 강한 압박수비에 하프코트 넘어가기도 버거워하던 신한은행 젊은 선수들의 모습은 정말 OTL...

이건 비단 신한은행 에스버드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른 팀들도 치고 올라오는 유망주들이 드문 편이니까. 이것은 결국 국가대표팀 세대교체와 전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WKBL은 다가오는 시즌에 경기 수를 늘려 8라운드로 진행한다고 하는데 늘어난 경기수만큼 젊은 선수들이 많이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한은행과 후지쯔의 한일 챔피언십 2차전은 장소를 옮겨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고 하는데, 오랫만에 오프 좀 뛰어볼까?





오늘 WKBL 파이널 3차전이 용인에서 열렸습니다. 결과는 79-63 으로 신한은행 승.

신한은행은 3차전까지 승리로 이끄면서 챔피언전 3연승으로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을 이뤄냈습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통합우승이죠. 정규시즌 "29승 6패", 4강전 국민은행 상대로 "3승 무패", 챔피언전 삼성생명을 상대로 "3승 무패"가 말해주듯이 올시즌은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위한 시즌이었네요.



마지막까지 몰린 삼성생명은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듯 했습니다. 주특기인 강력한 수비를 더욱 조이는 모습이었죠. 덕분에 신한은행 공격이 1쿼터에는 뻑뻑하게 돌아갔습니다. 공격에서는 박정은, 변연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하은주가 투입된 1쿼터 후반에는 이종애, 허윤정이 하이 포스트로 하은주를 끌어내고 빈공간을 컷인해서 들어가는 패턴이 잘 먹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은 1쿼터를 앞서지 못했습니다. 정선민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죠.

신한은행은 공격이 원할하게 돌아가지 않았고 정선민의 1대1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정선민은 저돌적인 돌파로 자유투를 8개나 얻어냈고 이중에 7개를 성공시키면서 경기초반 홀로 신한은행을 이끌었습니다. 정선민의 활약으로 안정을 찾은 신한은행은 1쿼터 후반에 전주원과 하은주가 완벽한 픽&롤을 성공시키고 최윤아의 스틸한 볼을 전주원이 하은주의 득점으로 이끌어내면서 1쿼터를 앞서나갈 수 있었습니다. 정선민은 1쿼터에만 13득점을 올렸죠.

2쿼터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전주원이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신한은행은 좀처럼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죠. 여기에 하은주가 골밑을 장악하고 진미정이 끈질긴 수비로 변연하를 틀어막으면서 신한은행은 오히려 점수차를 벌려나가 전반전을 40-29로 앞서나갔습니다. 1쿼터와 2쿼터 정선민과 하은주를 막다가 삼성생명의 센터들의 파울트러블에 걸린 것도 삼성생명에겐 악재였습니다.

정덕화 감독은 3쿼터부터 정선민에게 박정은을 붙이고 핼프를 하는 수비를 들고 나왔는데요. 이게 의외로 잘 먹혔습니다. 정선민은 박정은의 수비에 고전하면서 3쿼터 4득점에 그쳤고, 정선민이 막히면서 신한은행의 공격이 다시 뻑뻑해졌습니다. 삼성생명은 이 기회를 놓치지않고 이미선, 박정은의 3점슛으로 한때 49-42 7점차까지 추격하면서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 했습니다.

여기서 신한은행의 임달식 감독이 타임아웃으로 삼성생명의 흐름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하은주를 투입하면서 하은주를 이용한 공격을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전이 또 기막히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정선민이 하이 포스트로 나오고 전주원, 최윤아가 하은주와 2 대 2를 하면서 이른바 "식도급 패스"를 하은주에게 계속 넣어줬습니다. 3쿼터 종료 3분 동안 하은주는 10득점을 몰아넣으면서 61-48 로 신한은행은 순식간에 앞서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경기 끝이었습니다. 그 후 4쿼터에도 흐름은 삼성생명으로 넘어오질 않았죠.

개인적으로 이 3쿼터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은 쿼터이기도 했구요. 양쪽 감독의 수싸움도 대단했습니다. 하은주의 맹활약을 보는 것도 즐거웠구요. 특히 감독의 작전지시를 단 한차례의 실수도 없이 실행해내는 신한은행 선수들의 조직력도 정말 대단했죠.




1차전 더블더블, 2차전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던 정선민은 3차전에서도 28득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 2블록슛으로 맹활약을 했습니다. 챔피언전 MVP도 당연히 정선민 차지였죠. 플레이오프 6경기동안 23.8득점, 10.8리바운드 6.5 어시스트 기록한 정선민은 WKBL 본좌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문규 해설위원이 정선민 선수를 일컬어 "농구가 열이라면 정선민은 그 열가지를 모두 하는 선수다" 라는 말을 했는데 참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았습니다.


신한은행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길었던 WKBL 07~08 시즌도 끝이 났네요. 이번 시즌은 WKBL에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한 첫 시즌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즌이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합니다. 경기장을 직접 찾겠다는 다짐은 이런 저런 핑계로 결국엔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번 시즌에 가장 아쉽고 후회되는 일이네요.

한시즌 동안 재미있는 농구를 볼 수 있게 해준 WKBL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올해 있을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농구의 선전도 빌고요.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WKBL이 08~09시즌에는 더 큰 인기를 얻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08~09 시즌에는 꼭 경기장을 찾아서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을 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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