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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물 먹는 고양이 버릇 고치기

사는 이야기/고양이

by 폭주천사 2008. 4. 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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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커플은 고양이 한마리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녀석의 이름은 콕이죠. 이제 4살이 되어가는 수컷 고양이입니다. 눈도 못뜨고 버려져있던 녀석을 주워다 키운 것이 엇그제 같은데 이녀석이랑 같이 산 것도 벌써 4년이 되어가네요. 콕이는 우리 부부의 생활에 많은 활력소가 되어줍니다. 가끔 사고도 쳐서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를 주기도 하면서 말이죠. 하하. 오늘은 콕이 관련 에피소드 하나를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언젠가부터 콕이가 물을 먹지 않았습니다. 물그릇과 밥그릇을 나란히 놔두는데 사료만 줄어들고 물은 줄어들질 않았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목마르면 알아서 먹겠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아래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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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이녀석이 화장실 앞에서 잠시 어슬렁 거리더니 변기에 올라가서 변기물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평소에는 깔끔한 척은 다하면서 그루밍을 해대더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요. 물을 안주는 것도 아니고 수도물 그냥 먹으면 탈 날 것 같아서 매일같이 끓인 물을 식혀서 주고 있는데 그걸 마다하고 변기물을 먹다니....색시는 변기물 먹은 저녀석과 매일 뽀뽀를 했단 말인가..우웩.-_-;; 어디선가 보니까 훈련 잘된 고양이들은 변기에서 볼일을 봐서 주인들이 모래값 아낀다고 하던데. 넌 이게 뭐냐..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 바로 접속을 해봤습니다. 다음 카페 냥이네, 디시인사이드의 고양이 겔러리를 탐정질을 해보니 의외로 화장실 변기물을 먹는 고양이들 종종 있긴 있더군요. 이외에도 설거지 물을 먹거나 싱크대의 물을 먹는 고양이도 있고 말이죠. 그런데 찾아봐도 이런 고양이 버릇을 고치는 특별한 방법은 없더라고요. 변기뚜껑을 항상 닫아놓고, 화장실에 아예 못들어가게 화장실 문을 항상 닫아놓는 것 정도. 그래서 일단은 변기뚜껑을 꼬박꼬박 닫아놓기로 했습니다. 환기구가 없는 관계로 화장실문을 항상 닫아놓을 수는 없었죠.


그랬더니 이녀석이 단식투쟁, 아니 단수투쟁에 들어가는 겁니다. 물을 전혀 먹질 않아요. 그리고 틈만나면 화장실 변기뚜껑위에 올라가 있는데 마치 변기물을 먹게 뚜껑을 열어달라고 시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욕조 근처에서도 괜히 어슬렁 거리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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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만히 관찰해보니까 콕이는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변기물이 리필(??), 리프래쉬(??)된다는 것도 알고 있는듯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둘 중에 한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다른 곳에서 뒹굴거리다가도 슬그머니 화장실 문앞에 와서 앉는 겁니다. 마치 공중화장실에서 앞사람 나오기를 기다리며 서있는 사람처럼 말이죠. 그리고 사람이 나오면 눈치 좀 보다가 슬쩍 화장실에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나오면 자기차례인양 당당하게 들어갔었는데 자꾸 혼내니까 이제 눈치를 보더라고요. 들어가서 변기가 열려있으면 올라가 물을 먹고, 변기 뚜껑이 닫혀있으면 위에 사진처럼 위에 또 한참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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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문이 열린 후, 들어가기 위해서 콕이가 좌우의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가 물안먹고 어찌 베길까 싶었죠. 그런데 이놈이 물을 안먹으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제가 맘이 좀 약한 편이라..) 고양이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신장이나 요도쪽에 이상이 생겨서 건강을 해친다고 하고 말이죠. 그래서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만 하던차에 물그릇을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냥 아무거라도 좀 해보자는 심정으로 말이죠. 콕이는 그전까지 스테인리스로 된 밥그릇과 물그릇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고양이 여드름이 생겨서 밥그릇은 사기그릇으로 바꿨거든요. 그래서 물그릇도 바꾸면 좋지않을까 싶어서 스테인리스 물그릇은 치우고 사기로된 접시에 물을 담아서 줘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녀석이 물을 먹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동안 얼마나 목이 말랐었는지 물 한그릇을 단숨에 비워버리더라고요. 그래 네놈이 물그릇을 가리는구나. 지가 무슨 페르시아 왕자라고, 고양이 쉑히 치곤 참 럭셔리하고 입맛 한 번 까다롭다. 하지만 물을 먹기 시작하니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며칠 별 일 없이 넘어갔죠.


그런데 또 콕이가 접시에 물을 안먹고 화장실 변기를 기웃거리는 겁니다. 아니 이번에는 물그릇을 뭘로 바꿔달라는 말이냐. 금으로 된 접시로 바꿔줘야하나? 이럴때는 고양이랑 말이 좀 통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에 콕이의 목걸이가 입에 걸리는 사고가 터져서 동물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동물병원에 가니 분수대처럼 생긴 급수기가 있더군요. 모터를 사용해서 물을 순환시켜주는 급수기였습니다. 물을 자주 갈아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편리해 보이더군요. 그래서 수의사님께 이야기해서 급수기를 빌려왔습니다. 집에 설치했더니 콕이가 처음에는 경계를 하더니 슬금슬금가서 물을 먹기 시작하더군요. 아..이제 이 분수대형 급수기를 사야하는 건가? 그런데 이 급수기 판매 금액이 만만치 않은 겁니다. 우리 둘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를 것이냐 말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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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거랑 비슷하게 생긴 급수기입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콕이가 또 며칠 급수기를 잘 이용하다가 또 시들한 겁니다. 그리고 또 화장실을 기웃기웃. 변기를 기웃기웃.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더라요. 그렇게 급수기를 동물병원에 반납할 때가 되었습니다. 반납하기 위해서 급수기를 씼고 있는데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급수기에 물때가 끼어서 미끌미끌하더군요. 그때 갑자기 뒤통수를 친 생각. 이녀석이 물을 먹지 않는 이유가 물그릇 종류때문이 아니라 물그릇이 더럽기 때문이 아닐까?


콕이 물그릇으로 쓰고 있는 접시를 만져봤습니다. 역시나 물때가 많이 끼어서 물그릇이 미끌미끌하더군요. 물그릇을 깨끗하게 씻어서 다시 물을 줘봤습니다. 그랬더니 콕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서 물 한 그릇을 다 비워냈습니다. 그래 이게 문제였구나. 예전에 고양이 여드름 때문에 밥집아저씨가 보내준 편지 내용 - 밥그릇을 사기로 바꿔주는 것 말고도 항상 밥그릇을 깨끗하게 해줘야한다 - 이 그때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아..저는 왜 이렇게 기억력이 나쁜 것일까요. 그 내용만 제때 생각해내서 조금만 고민해봤다면 그 난리를 안쳤을 것인데요. 이제 고양이 키우는데 제법 노하우가 쌓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못 챙겨주다니..아직 갈길이 멀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우리 커플은 콕이 밥그릇 물그릇을 항상 깨끗하게 치워주고 있습니다. 베란다에 내놓았던 물그릇과 밥그릇도 아예 집안으로 들여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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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이는 이제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변기물에 대한 관심도 완전히 끊었죠. 변기물 먹는 버릇은 완전히 떨어졌습니다. 요즘 콕이를 보면 이녀석이 언제 변기를 뒤지고 다녔나 싶을 정도입니다. 마치 표정이 "뭐 세상에 변기물을 먹는 비위생적인 고양이가 있단 말이야?" 뭐 이런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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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콕이의 안좋은 버릇 하나를 난리법석을 떨면서 고쳤습니다. 변기물을 먹는 버릇은 어렸을 때부터 몸에 가지고 있던 버릇이 아닌지라 그래도 비교적 쉽게 고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콕이는 벽을 긁는다든지, 과자, 식빵을 탐하거나, 아이스크림, 초콜렛같은 달착지근한 것들을 먹고 싶어하는 않좋은 버릇들이 남아있죠. 이런 버릇들은 콕이가 아주 애기였을때부터 있던 버릇인지라 변기물 먹는 버릇보다 고치기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콕이를 우리 커플곁에 오래 두려면 하나하나 고쳐가야겠죠. 서로서로 노력하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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