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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하고 말이 통했으면

사는 이야기/고양이

by 폭주천사 2007. 12. 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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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상가 건물 옆에서 작은 고양이를 한마리 발견했다. 얼룩덜룩한 3색 고양이. 헌 옷을 깔아놓은 박스로 만든 집안에서 자고 있었다. 얼마전에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들이 만들어준 집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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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디카도 없고 폰카도 없어서 아이리버에 있는 카메라로 찍었는데 사진이 영 흐리게 나왔다. 더 불쌍해 보이네.>



가까이 다가갔더니 고양이는 몸을 떨면서 자고 있었다. 건물 뒷편이라 햇볕도 않드는 그늘 진 곳이서 그런지 더욱 추워보였다. 살짝 몸을 쓰다듬어 줬더니 일어나서 기지개를 펴고 갸릉거리면서 놀아달라고 재롱을 피운다.

이 어린 녀석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을까? 혹시라도 얼어 죽지는 않을지. 내가 데려가는 것이 이녀석에게 더 좋을 수도 있을텐데. 집에 있는 콕이에게도 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어떻게 할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고민을 했다. 색시랑 상의를 해보려고 전화를 했지만 마침 자리를 비웠는지 통화 불능. 우유부단한 내가 그렇게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그녀석은 계속해서 내 신발끈을 물고 당기면서 재롱을 피웠다.


아..이럴때 고양이랑 말이 통했으면 좋을텐데. 그럼 녀석에게 선택을 하라고 하면 될 것이다.

"자유롭지만 2~3년 밖에 살지 못하는 삶을 택할래?" 아니면 "답답하게 집안에서만 살면서 바깥세상하고는 안녕이지만 따뜻한 잠자리와 음식 걱정없이 노후까지 편안한 삶을 택할래?" 전자를 택한다면 미련 없이 돌아서는 것이고 후자를 선택한다면 입양 결정. 얼마나 간단한가 말이다?

혼자 고민을 하다가 결국 집에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추위에 떨던 모습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서 안아서 들어올리려고 하는데 어라. 이 녀석이 내 손길을 피해서 달아나는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애교부리고 내 주위에서 뒹굴던 녀석이 말이다. 몇 번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녀석은 그때마다 멀찍이 도망간다.

내...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긴 건가? 아니면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고양이 녀석이 내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그래서 녀석은 짧지만 자유로운 삶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쉽지만 녀석의 선택을 존중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아쉽네. 고민하는 동안 녀석의 이름도 지어뒀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의 만남을 기념하여 지은 이름  "성탄이"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겨울은 더 깊어가고 날씨는 더 추워질 것이다. 특히 성탄절이 지나고서는 강추위가 온다고 하던데. 이 겨울 별 탈없이 잘 보내고 멋진 낭만 고양이가 되길 빈다. 성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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