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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혔던 포틀랜드 전

농구 이야기/OKC Thunder

by 폭주천사 2009. 11. 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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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기는 참 짜증난다. 양팀 모두 경기력이 별로라 경기는 재미가 없는데, 점수차는 박빙이다. '그래 경기력이 막장이라도 이기면 장땡이지.' 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봤지만, 진흙탕 싸움 끝에 경기는 결국 패배.내가 아무리 선더 팬이지만  경기를 지켜본 두시간이 이렇게 허무할 수가..



답답했던 공격

"Offense is what killed us tonight," 케빈 듀란트의 이 말한마디는 오늘 선더의 경기를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다.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공격은 명절마다 정체현상을 빚는 고속도로 같았다. 그냥 완전히 막혀가지고 이건 뭐 감각이 없어. 선수들은 모두 서있고, 패스는 안돌고, 공격은 단조로운 단발 공격에 그치고. 전에 휴스턴 로켓츠 프리시즌 경기를 보고 룸메이트님이 이렇게 팔팔한 선수들 데려다가 정적인 농구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하셨는데 그런 타입의 경기가 또 나왔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의 수비가 좋았다곤 하지만 이정도까지 답없는 농구를 할 줄이야.

오늘 경기에서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답답한 공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어시스트 6개. 어시스트 리더의 갯수가 6개가 아니라 팀이 기록한 총 어시스트 수가 6개다. 3쿼터까지는 4개였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게임 최다인 23득점을 기록했다. 이게 좋게 볼 것이 아닌 것이, 도대체가 공간이 안나고 공격이 안풀리니 "이런 시밤..쾅!!!" 하면서 혼자서 해결한 거다. 수비 매치업도 만만한 스티브 블레이크고 하니까 말이다. 오늘 유독 볼핸들링도 좋지 않았는데 볼끄는 시간도 늘어나니 턴오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폭풍 9턴오버. 어시스트는 2개. 지난 두경기에서 웨스트브룩은 포인트 가드 같았는데, 오늘 경기에서 웨스트브룩은 루키 시즌 초창기로 돌아간 것 같았다.

케빈 듀란트는 오늘 자신의 커리어에 남을 만한 "Off Night" 이었다. 시즌 첫 두경기에서 모두 20+득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듀란트의 슛감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쉬운 슛을 성공을 못시키는 장면이 많았는데, 오늘 경기는 그 정도가 정말 심했다. 필드골 3/12, 삼점슛 0/5. 16득점. 이정도면 왼손으로 던졌거나 눈감고 던졌거나..수준이다. 매치업 상대였던 마텔 웹스터의 수비가 좋기도 했지만, 듀란트의 슛감이 너무 않좋았다. 경기 시작 후에 4개의 슛을 연달아 놓쳤는데 모두 오픈찬스였다. 3점슛 파울로 얻어낸 3개의 자유투도 한개만 성공시켰고. 볼이 안돌고 움직임이 너무 없어서 3쿼터에는 볼을 거의 만져보지도 못했다. 이러니 슛감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듀란트의 부진은 4쿼터 승부를 가르는 순간에 에이스 대결에서 더 뼈아팠다. 포틀랜드의 에이스 브랜든 로이도 이날 타보 세폴로샤의 수비에 막혀서 만만치 않게 부진했다. 타보의 디나이 수비에 경기내내 고전했던 로이는 승부처에서 직접 볼을 가지고 하프코트를 넘어와서 집중력 있고 공격적인 경기를 보여줬다.선더 수비가 만만치않아서 쉬운 슛을 성공시키진 못했지만 연달아서 파울을 얻어냈고 차곡차곡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선더에서는 에이스 듀란트가 맞불을 놔줬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심지어 듀란트는 4쿼터 가비지 타임에 시도한 덩크슛도 실패하는등. 오늘은 정말 최악의 날이었다.

그나마 공격에서 제몫을 해준 것은 19득점의 제프 그린. 하지만 그린의 득점도 1:1득점이 대부분었다.

제임스 하든의 2쿼터 두개의 삼점슛은 주목할만했다. 선더의 몇 안되는 패싱게임에 의한 득점이었는데 하든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특히 두번째 삼점슛에서는 페이크로 수비수를 날리고 원드리블 이후에 깔끔하게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든은 루키임에도 불구하고 코트위에서 침착한 모습을 보여준다. 슛거리 적응에 대한 문제도 없는 것 같고. 다만 오늘 경기에서도 골밑 마무리는 좋지 않았다. 하든을 탑에다 세워놓고 리딩을 하는 장면이 오늘도 나왔는데 팀에서는 하든에게 단순 스팟업 슈터 이상의 것을 바라고 열심히 기회를 주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진 크게 효과를 보고 있진 못하지만 하든의 적응속도가 꽤 빠르기 때문에 기대를 해볼만하다.



단단했던 수비

이렇게 공격에서 삽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4쿼터 막판까지 접전이었던 것은 순전히 수비 덕분이다.

앞서 말했듯이, 타보 세폴로샤가 포틀랜드 공격의 시작인 브랜든 로이를 잘 봉쇄했다. 로이가 볼을 못잡게하는 디나이 수비와 볼을 잡게 한 후에도 끈질기게 따라다니면서 페이크에 쉽게 속지 않고 로이의 공간을 잡아먹는 수비는 정말 대단했다. 4쿼터 마지막에 로이에게 연달아서 자유투를 내준 것은 아쉬웠지만 그건 브랜든 로이가 정말 잘한거고. 브랜든 로이의 필드골을 5/17로 틀어막은 타보 세폴로샤의 수비는 칭찬해줘야 마땅하다.

선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운동능력과 신장이 좋고 수비센스가 있어서 스위치를 해도 미스매치가 잘 나질 않는다. 예를 들어 로이와 알드리지의 2:2 상황에서 제프 그린, 타보 세폴로샤가 스위치가 되어도 그린의 압박과 타보의 오버가딩이 좋기때문에 알드리지에게 볼 투입이 잘 되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수비할때 토킹도 잘되고 있고, 로테이션도 잘 돌아간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것이 바로 샷 블로커의 존재인데, 이탄 토마스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나드 크리스티치도 이 역할을 꽤나 잘해주고 있다. 블록슛으로 인해서 어느정도 돌파에 대한 제어가 이뤄지니까 자연스럽게 퍼리미터에서도 압박이 좋아졌다. 

오늘도 포틀랜드의 필드골 성공률을 40.6%로 틀어막았다. 삼점슛 허용율이 좀 높았는데 이건 스티브 블레이크의 뜬금포 작렬(4/5)이 컸다. 로테이션에서 블레이크는 슬램덩크에 나왔던 "떨어지기만 바랄뿐" 모드였는데 다 집어 넣었다. 얄미운 놈.

선더의 발전한 수비는 각종 수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3경기를 치룬 선더의 평균 실점은 85.0득점. 81.25실점을 하고 있는 보스턴 셀틱스에 이어서 리그에서 두번째로 낮은 평균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필드골 허용률은 39.4%로 마이애미 히트(38.65%), 보스턴 셀틱스(39.1%)에 이어 세번째로 낮다. 삼점슛 허용률도 29.6%로 6위. 수비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수비 리바운드 부분에서는 평균 35.0개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리바운드 마진에서도 +2.33으로 10위를 기록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리그의 강팀들과도 경기를 치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수비스탯으로 선더의 수비를 100%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난 시즌 리그 하위권을 맴돌았던 선더 수비가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지난 시즌에 영입한 론 아담스 코치와 이번 오프 시즌에 영입한 모리스 칙스 코치가 수비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상대할 팀들은 LA 레이커스, 휴스턴 로켓츠, 올랜도 매직, 선더의 수비가 과연 리그 엘리트 팀들을 상대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두고 볼일이다.만약 남은 시즌동안에도 이런 좋은 수비를 계속 유지해준다면 선더가 의외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수비가 탄탄한 팀은 기복을 덜 겪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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